단독주택 등 내진보강 지원책 늘려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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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지진 1년]2층이상 신축때만 내진설계 의무
기존 민간건물은 세제혜택 지원뿐
대만은 공사비 절반이상 대줘

경주 86개 학교중 내진보강 1곳뿐
“예산확보 어려워 공사 늦어져”

여진 횟수가 줄고 강도가 약해지면서 경북 경주는 1년 전 평온한 일상을 거의 되찾았다. 지난달 경주를 찾은 국내외 관광객도 170만 명이 넘었다. 지진 발생 전인 지난해 8월 169만 명보다 많았다. 시민들도 지진 공포를 떨쳐낸 모습이다.

그러나 내진 보강이나 내진 설계 등 근본적인 방재대책은 갈 길이 멀다. 지난해 지진 발생 후 당시 국민안전처(현 행정안전부)는 종합대책 중 하나로 건축물의 내진설계 의무화를 강화했다. 이에 따라 올 2월부터 2층 또는 연면적 500m² 이상 건축물은 내진설계가 의무화됐다. 12월부터는 2층 또는 200m² 이상 건축물과 모든 주택으로 내진설계 대상이 확대될 예정이다.

하지만 이는 신축 건물 기준이다. 기존 민간 건물에는 내진 보강을 권장할 뿐이다. 소규모 민간 건축물은 지진 때 피해 위험이 가장 크다. 2016년 기준으로 국내 전체 주거용 건축물 연면적 중 19.6%가 소규모 단독주택이다. 정부가 모든 건물에 내진설계를 강제하긴 어렵다. 그래서 민간이 스스로 강화할 수 있는 다양한 유인책을 시행해야 한다. 정부가 내진 보강을 유도하기 위해 현재 내놓은 지원책은 세제 혜택뿐. 취득세 50%, 재산세는 5년간 50%를 줄여주는 정도다.

7일 행안부가 주최한 ‘지진방재대책 발전을 위한 국제세미나’에서 어우위천(歐昱辰) 국립대만대 교수는 “대만은 1999년 3000명 이상 숨진 대지진 후 소규모 민간 건축물의 내진보강 시공비 55%를 지원하고 있다”고 “집값 하락 등의 이유로 내진보강에 소홀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정부가 의지를 갖고 강력하게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교도 마찬가지다. 지진 발생 후 1년간 경주지역 초중고교 및 특수학교 86곳 중 단 1곳만 내진보강 공사를 완료했다. 많은 예산이 필요하지만 정부의 지원은 충분치 않다. 경주교육지원청 관계자는 “예산 확보 등에 어려움이 있어 늦어졌다”며 “내년 2월까지는 52개 학교의 내진보강 공사가 완성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재난 취약 계층을 위한 대책도 필요하다. 경주는 고령화 도시다. 지난해 노인 인구 비율이 18.6%로 전국 평균(13.4%)보다 높다.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을 잘 쓰지 않는 노인들은 지진 발생조차 제때 알기 어렵다. 6일 경주의 한 경로당에서 만난 노인들은 “지난해에도 한참 지나서야 지진이 발생한 걸 알았다”며 “마땅히 어떻게 행동하고 대피하라는 말을 들은 적이 별로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지자체가 노약자 등을 위한 매뉴얼을 보급하고 대피훈련을 실시하는 등 맞춤형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정성택 neone@donga.com / 경주=신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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