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 주민들에 가로막혀 공론화委 첫발부터 험난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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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책위 100여명 “원전건설 중단 안돼”
위원장 일행 버스 막아… 걸어들어가
신고리 5, 6호기 건설현장 등 둘러봐, 찬성측만 만나… ‘반쪽짜리’ 의견수렴

“공론화위원들 돌아가라” 28일 신고리 5, 6호기 공론화위원회 위원들이 울산 울주군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5, 6호기 공사 현장 입구에서 공사 재개를 주장하는 원전 인근 주민들에게 에워싸여 있다. 김지형 위원장(원 
안)과 위원들은 공사 중단에 찬성하는 환경단체와 간담회를 가졌으나, 공사 중단에 반대하는 지역 주민들과의 면담은 실패했다. 
울주=박경모 기자 momo@donga.com
“공론화위원들 돌아가라” 28일 신고리 5, 6호기 공론화위원회 위원들이 울산 울주군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5, 6호기 공사 현장 입구에서 공사 재개를 주장하는 원전 인근 주민들에게 에워싸여 있다. 김지형 위원장(원 안)과 위원들은 공사 중단에 찬성하는 환경단체와 간담회를 가졌으나, 공사 중단에 반대하는 지역 주민들과의 면담은 실패했다. 울주=박경모 기자 momo@donga.com
“법적 근거 없는 신고리 5, 6호기 공론화위원회 해체하라. 공론화위원들은 돌아가라.”

28일 오전 11시 울산 울주군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5, 6호기 공사 현장이 있는 한국수력원자력 새울원자력본부 정문. 김지형 신고리 5, 6호기 공론화위원회 위원장과 공론화위 위원, 지원단장 등 7명은 주민들의 격한 반발을 직접 접하자 난감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공론화위 위원들은 위원회 출범 이후 첫 신고리 현장 방문에서 ‘신고리 원전 5, 6호기 건설 중단 반대 서생면 주민대책위원회’(주민대책위) 소속 주민 100여 명과 마주했다. 주민들은 도로를 점거하고 김 위원장 등이 탄 버스의 진입을 막았다. 한 주민은 바닥에 드러누웠다.

버스에서 내린 김 위원장이 주민들에게 길을 터 달라고 부탁했지만 주민들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공론화위 위원들은 버스에서 내려 새울원자력본부 정문까지 걸어서 이동했다.

이날 공론화위의 현장 방문은 한국원자력산업회의, 한국원자력학회, 한국수력원자력 등의 요구로 이루어졌다. 이들은 “공론화위와 시민참여단이 신고리 5, 6호기 현장을 방문해 직접 눈으로 봐야 한다”고 요구해왔다. 공론화위는 “출범 이후 공론조사 틀을 만드는 데 집중하느라 방문이 늦었다”고 설명했다.

공론화위 위원들은 새울본부 사무실에서 한수원 관계자들로부터 약 30분 동안 신고리 건설 현황 설명을 들었다. 김 위원장은 “우리의 주된 임무는 공론화 과정을 설계하고 관리하는 것이다. 한수원은 시민참여단에 신고리 5, 6호기에 대한 지식과 정보가 잘 전달될 수 있도록 협조해 달라”고 주문했다. 공론화위는 신고리 건설현장과 인근에서 정상 가동 중인 신고리 3호기를 둘러봤다. 신고리 3호기는 5, 6호기와 같은 한국형 신형경수로(APR-1400)로 건설됐다. 2016년 12월부터 상업운전을 시작했다.

공론화위는 당초 현장 방문 후 공사 중단 찬반 측과 차례로 간담회를 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공사 재개를 주장하는 주민대책위의 반발로 공사 중단 반대 측과의 면담은 무산됐다. 이상대 주민대책위 위원장은 “정부 방침대로 움직이는 공론화위를 믿을 수 없다. 면담 전제조건으로 제시한 5개 항을 수용하지 않아 면담을 거부했다”고 말했다. 주민대책위는 공론화 기간 중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제시하지 말고 원전 반경 5km 이내 주민을 시민참여단에 30% 이상 참여시켜 줄 것 등을 요구하고 있다.

공론화위는 이날 오후 4시 반 울산 울주군 범서읍 주민센터에서 건설 중단 찬성 측과의 면담을 예정대로 진행한 뒤 떠났다. 김 위원장은 “현장에 직접 와 보니 관계자와 지역주민이 얼마나 힘들어하는지 알았다. 공사 중단에 반대하는 지역주민과의 면담이 무산됐지만 의견 청취 기회를 만들도록 계속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공사 중단을 둘러싼 팽팽한 여론을 공론화위가 현장에서 직접 확인한 만큼 이를 어떤 식으로 반영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5일부터 진행되는 1차 여론조사는 현재 전국 국민 2만 명을 대상으로 진행되고 있다. 다만 1차 여론조사와 이후 구성될 시민참여단에 신고리 5, 6호기 인근 지역 주민의 비율을 어느 정도로 반영할지, 의견을 어떻게 수렴할지 등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세종=이건혁 gun@donga.com / 울산=정재락 기자
#신고리#공론화위원회#원자력발전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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