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김하경] 교육 수장과 2030 젊은 교사 사이의 온도차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23일 18시 26분


코멘트
요즘 젊은 교사들이 교원단체에 가입하지 않는다는 얘기를 들었다. 처음에 ‘설마’ 했다. 주변 교사들을 통해 양대 교원단체인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나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에 가입한 교사가 있는 지 확인했다. 사흘 동안 취재에 매달렸지만 양대 교원단체에 가입한 2030세대 교사들을 찾지 못했다.

두 단체에 가입하지 않은 이유는 크게 두 가지였다. 전교조 하면 ‘과격함’ ‘정치적’이라는 이미지가 떠오른다고 했다. 기자가 만난 한 교사는 학창시절을 떠올렸다. “당시 전교조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자율권을 준다며 그야말로 방임했다. 수업시간에 배운 게 거의 없었다.”

교총에 대한 인식은 정반대였다. “교총에 가입하면 괜히 승진에나 목매는 교사로 비칠까 봐….” 교총 하면 ‘감투’가 떠오른다는 것이다. 그렇게 2030 교사들은 교원단체들과 멀어지고 있다.

21일자 본보의 ‘2030 교사들 전교조도, 교총도 싫다’ 기사에는 이런 댓글들이 달렸다. ‘전교조는 이미 참교육과는 거리가 멀다’ ‘젊은 사람들이 역시나 앞선 판단을 한다’….

젊은 교사들이 교원단체를 외면하는 건 결국 이 단체들의 활동이 교육의 본질보다는 정치활동이나 교사의 이권 챙기기 등 교육현장과는 멀어졌기 때문이라는 판단에서일 것이다. 하지만 지금 교육계 수장들의 인식은 현장과는 괴리가 있어 보인다. 전교조 합법화가 가장 중요하고 시급히 해결해야 할 교육문제 중 하나라고 인식하는 걸 보면 말이다.

최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총회에서 제일 먼저 전교조 법외노조 문제의 해결을 촉구했다.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번 주 전교조 지도부를 만날 예정이다. 그동안 김 부총리의 스탠스를 보면 이들이 나눌 대화의 핵심 주제 역시 ‘전교조 합법화’가 될 가능성이 크다. 문재인 정부는 100대 국정과제를 발표하면서 전교조 합법화의 근거가 될 수 있는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비준을 포함했다.

교육은 백년지대계라고 한다. 문재인 정부의 교육공약 중 하나인 국가교육회의, 나아가 국가교육위원회 신설도 이런 인식에서 나왔을 것이다. 젊은 교사들은 미래 세대 교육을 책임질 핵심 주체다. 그렇다면 새 정부의 교육정책은 바로 이런 교사들의 눈높이에 맞춰야 하지 않을까. 어느 학교든 찾아가 학부모를 붙잡고 교육부 장관이 해결해야 할 첫 번째 과제가 전교조 합법화인지, 제대로 된 교육여건 조성인지 물어본다면 답은 뻔하다.

내가 만난 젊은 교사들은 한결같이 수업연구와 학생 생활지도에 몰입할 수 있도록 행정업무가 좀 더 줄어들길 바라고 있었다. 단체워크숍 기회가 더 많아져 교사끼리 학생 지도와 관련해 노하우를 공유하고 싶어 했다. 이미 십수 년 동안 꾸준히 교육 현장에서 제기된 문제들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는 건 왜 일까. 왜 교육계 수장들은 진짜 현장의 목소리가 뭔지 알아보려고 하지 않고 자신들의 얘기만 늘어놓는 것일까. 그들 생각의 시계는 아직도 1980년대, 90년대에 머물러 있는 것은 아닐까.

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