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광역버스 여전한 ‘칼치기’… 수시로 과속 경보음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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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기 노선 이틀간 타보니
신호위반-중앙차선 침범 ‘곡예운전’… 입석 만원 승객들 이리저리 쏠려
운전사 “시간 대려 불법 일상화”… 승객들 “기사 고충 알지만 너무 불안”

12일 오전 7시 반 광역버스 한 대가 경기 성남시 분당구의 한 정류장을 출발했다. 목적지는 서울 광화문. 좌석 41개에 앉은 승객들은 대부분 눈을 감고 있었다. 승객은 좌석에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좁은 통로에도 10명 넘는 승객이 있었다. 천장이나 좌석에 달린 손잡이를 잡고 가는 승객들도 대부분 눈을 감은 모습이었다.

버스가 서울로 향하는 마지막 정류장을 지났다. 판교나들목을 거쳐 경부고속도로에 막 올라섰다. 하지만 안전띠 착용을 안내하는 버스 운전사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전용차로에 올라선 광역버스가 제한속도 110km를 넘길 때마다 날카로운 경고음이 울렸다. 앞선 버스의 속도가 느려지자 갑자기 바로 옆 2차로로 진로를 바꿨다. 앞에 있는 버스를 제친 광역버스는 ‘칼치기(급격한 차로 변경)’로 다시 전용차로로 진입했다. 얼마나 급히 차로를 바꿨는지 한 여성 승객의 무릎 위에 놓인 가방이 떨어져 안에 있던 서류들이 바닥에 흩어졌다.

본보 기자들은 11일부터 이틀간 출근시간대 광역버스에 올라 현장점검에 나섰다. 경기 고양시 일산과 성남시 분당에서 서울 종로와 영등포, 서초를 오가는 버스들이다. 대부분의 버스가 도로교통법을 수시로 위반했다. 종로로 향하는 한 광역버스는 정차한 시내버스를 제치려다 중앙선을 침범해 맞은편 차량과 한 뼘 차이로 지나쳤다. 이날 확인한 법 위반은 △규정속도 미준수 △신호위반 △불법 차로 변경 △급출발·급정거 △승객입석 허용 △중앙선 침범 등의 순이었다.

운전사들도 이런 문제를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일상화된 불법”이라며 배차시간 조정 등 시스템이 바뀌지 않으면 당장 고칠 수 없다고 하소연했다. 운전사들도 9일 경부고속도로 7중 추돌사고 후 불안감이 커 보였다. 경기 고양시의 한 운전사는 “2시간 반 운행하면 30분 휴식시간이 주어지는데 졸음운전이 위험한 건 알지만 조금이라도 빨리 가서 쉬려니 난폭운전을 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승객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이정순 씨(79·여·서울 은평구)는 최근 지하철과 택시만 탄다. 올 1월 교통사고를 직접 경험한 탓이다. 하차를 위해 서 있던 이 씨는 광역버스가 급제동하면서 몸 전체가 공중에 붕 뜨는 경험을 했다. 이 씨는 “기사들의 고충은 이해하지만 이번 사고는 안전불감증도 한몫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동혁 hack@donga.com / 수원=신규진 / 김예윤 기자
#광역버스#과속#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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