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도간호사가 아들-딸보다 낫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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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구 ‘가정방문 간호사’ 호평
18명이 하루 7가구씩 방문… 평소 건강 챙겨주고 말벗 역할
자식 있는 노인에게도 서비스

이애자 효도간호사(오른쪽)가 서울 서초구 방배동에 사는 이선이 할머니의 혈압을 재면서 영양제 먹는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홀몸노인이 많아지면서 자치구의 어르신정책 대상도 넓어지고 있다. 서초구 제공
이애자 효도간호사(오른쪽)가 서울 서초구 방배동에 사는 이선이 할머니의 혈압을 재면서 영양제 먹는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홀몸노인이 많아지면서 자치구의 어르신정책 대상도 넓어지고 있다. 서초구 제공
“심청이 간호사라고 불러요. 자식보다 더 나은 효녀지.”

4일 서울 서초구 방배동에 사는 이선이 할머니(86)는 이애자 간호사(54·여)를 보고 이렇게 말했다. 이날 할머니를 찾은 이 간호사는 영양제 봉투를 꺼냈다. 혈압을 재며 할머니 몸 상태가 나빠진 곳은 없는지 점검했다. “아직 당(糖)은 없어서 다행이다” “주말에 반찬은 어떻게 드셨느냐”며 평소의 식이생활에 대해서도 묻는 것을 잊지 않았다.

이 간호사는 서초구 방배2동 450가구 어르신 건강을 책임지는 ‘효도간호사’다. 이 간호사가 이들 노인과 안 지는 2년이 다 돼간다. 대형병원에서 10년 동안 일한 이 간호사는 6년 전부터 자치구 파견 전문간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그동안 자치구는 구청 복지팀과 보건소를 주축으로 취약계층 노인들이 집에서 간호를 받을 수 있도록 해왔다. 최근에는 더 전문적인 인력을 파견하고 있고, 대상도 기초생활수급자나 차상위계층보다 더 넓혔다.

서초구는 최근 4명을 추가로 채용해 17일부터 간호사 18명이 각각 1개 동을 전담하게 됐다. 간호사 1인당 평균 300가구씩 맡을 것으로 보인다. 하루에 7가구 정도를 돌며 노인들의 건강 상태를 살핀다. 자식이 있다는 이유로 정부의 복지 대상에 들지 못한 사람들도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효도간호사제도는 역설적으로 고령화 덕에 더 주목받고 있다. ‘100세 시대’에 접어들면서 70∼90대 노인의 자녀들 연령도 만만치 않다. 이들 자녀도 자신의 건강을 챙기기에도 바쁜 경우가 많다. 결국 돌봐줄 사람이 없는 셈이다. 이 간호사가 담당하는 가구 중에도 120가구가 홀몸노인이다.

효도간호사의 역할은 건강 체크에만 머물지 않는다. 폭우가 쏟아지면 물이 새거나 침수 우려는 없는지, 구청 복지과에 도움을 요청할 일은 없는지 ‘매의 눈’으로 살펴보는 일도 한다. 기초생활수급자인 현미자 할머니(83)는 오른쪽 무릎에 통증이 있었지만 병원비가 걱정돼 병원을 잘 가지 않았다. 상태가 점점 악화되자 담당 효도간호사가 방배1동주민센터 복지팀에 연락해 긴급의료비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자식이 없는 노인의 경우 일가친척의 연락처를 파악해 관리하는 것도 중요한 역할이다. 혼자 죽음을 맞으면 시신이 뒤늦게 발견될까 고민하는 노인이 적지 않다는 방증이다.

자식이 부모를 학대하기도 한다. 권모 할머니는 아들에게 종종 폭행을 당해 뇌출혈까지 일으켰지만 부끄러워 어디에 하소연도 못했다. 그러나 증상이 예사롭지 않다고 본 효도간호사 등이 연락해 입원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서초구에 따르면 지난해 효도간호사의 방문 진료 1만6925건 가운데 의료기관과 연계해 치료를 받은 경우가 3090건이었다.

효도간호사들의 애환도 있다. 우울증이 심한 어르신은 술을 마시고는 효도간호사에게 전화해 신세 한탄을 늘어놓기도 한다. “이야기가 하고 싶다”며 계속 말벗을 해달라고 붙잡는 할머니도 있다. 이 간호사는 “내 시어머니고 어머니라고 생각하며 들어드리니 편하게 생각하신다”고 말했다.

조은희 서초구청장은 “차별화된 건강복지 서비스로 어르신들의 삶의 질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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