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장마 시작됐지만… 마른장마 가능성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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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청 “장마 강수량 10년 주기… 올해는 예년보다 비 적게 올 듯”
내년 농번기 가뭄 대비 필요
30일 남부지방 5~20mm 비

가뭄으로 마르고 지친 마음을 적셔줄 올해 첫 장마가 드디어 시작됐다. 장마전선의 영향으로 29일 제주에는 한때 호우주의보가 발효됐고 남부지방에는 밤부터 비가 내렸다.

지난 주말 장마전선의 영향으로 5mm 안팎의 비가 내렸던 제주에는 29일 40mm 이상의 비가 쏟아졌다. 한라산에는 100mm가 넘는 폭우가 내렸다. 전남 남해안은 밤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했고, 강원영서와 충청내륙에는 대기불안정에 의한 소나기가 왔다. 30일에는 제주·남해안에 10∼40mm, 남부지방에 5∼20mm의 비가 내릴 예정이다. 장마전선은 다음 달 1일 북태평양고기압 때문에 잠시 서쪽으로 밀려났다가 2일 다시 돌아온다.

반가운 장마지만 올해 강수량은 평년보다 적을 가능성이 높다. 기상청에 따르면 장마의 강수량은 약 10년 주기로 바뀌었고 올해는 상대적으로 강수량이 적은 주기에 속하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1992∼2002년 장마기간 평균 강수량은 281.2mm였지만 2003∼2013년에는 422.9mm로 전 주기 1.5배로 증가했다. 2014년(145.6mm)과 2015년(240.0mm)에는 다시 2003∼2013년의 절반 이하로 강수량이 뚝 떨어졌다. 1973년 관측 이래 장마 강수량은 100∼700mm 사이였다. 기후 변화로 장마 시작일자가 늦어진다거나 강수량이 줄어드는 경향은 없었다.

이런 장마 강수량의 변화는 2014년 이후 계속되는 가뭄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댐, 보, 저수지는 장마 등 집중호우 기간에 바짝 물을 모았다가 그 물로 1년을 버티는 구조”라고 말했다. 그해 비가 적게 오면 다음 해 농번기에 직격타를 맞을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실제 2014년 이후 장마 강수량을 비롯한 여름철 강수량이 줄며 전국 댐, 보, 저수지의 저수와 취수에 차질이 빚어졌다.

국민안전처 가뭄 담당자는 “지난해 가뭄대책을 꾸리면서 올해 강수량을 평년 대비 50%로 가정하고 준비했는데 실제는 50%도 오지 않아 저수량이 뚝 떨어졌다”고 전했다.

기상청 관계자는 “지난해 강수량이 332.1mm로 살짝 반등하긴 했지만 이는 태풍의 영향”이라며 “지금까지 추세로 볼 때 올해 장마도 ‘마른장마’가 될 가능성이 높아 올해뿐 아니라 내년 가뭄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늦장마#마른장마#기상청#강수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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