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한달전 영종대교 멈춰선 KTX, 나사 풀린채 2주간 달렸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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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올림픽용 신형 KTX 잇단 장애


한 달 전 인천 영종대교를 달리던 고속철도(KTX)가 갑자기 멈췄다. 열차에는 승객 57명이 타고 있었다. 대부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출국할 예정이었다. 열차가 1시간 30분가량 멈춰서면서 승객 10여 명은 결국 비행기를 놓쳤다. 당시 열차가 멈춰 선 이유는 어처구니없게도 볼트 1개 때문이었다. 전력 공급부의 볼트 1개가 제대로 조여지지 않아 배터리가 일찍 방전된 것이다. 문제의 열차는 평창 겨울올림픽을 위해 새로 개발돼 올 2월 25일부터 투입됐다. ‘나사 풀린’ 열차가 보름 동안 선로 위를 달린 것이다.

○ 신형 KTX 열차, 잇달아 장애

지난달 11일 영종대교에서 고장을 일으킨 KTX 열차는 평창올림픽에 대비해 제작된 KTX-산천의 신형이다. KTX-산천의 외관과 기본 설계를 따랐지만 변압기와 전력변환장치 동력전달장치 등 주요 부품 중 일부가 바뀐 모델이다. 다른 노선에서 운행하다가 올 하반기 KTX 원주∼강릉선이 개통되면 이 노선에 투입돼 각국 선수단을 태운다. 그래서 이름도 KTX-원강 또는 원강산천으로 불린다. 그러나 본격 운행 시작 후 장애가 잇달아 발생하고 있다. 1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바른정당 김성태 의원에 따르면 KTX-원강은 지난해 12월 16일 상업운행 투입 후 한 달에 한 번꼴로 장애가 발생했다.

올 1월 19일과 2월 1일 동대구역에서 발생한 장애는 ‘중련운행’을 시도하다 일어났다. 중련운행은 두 열차를 연결해 운행하는 것이다.

이어 영종대교에서 또 장애가 발생하자 한국철도공사(코레일)는 전 열차의 전력 공급 계통을 집중 점검해 볼트 문제 등을 확인했다. 장애가 발생한 KTX는 모두 상업운행을 시작한 지 5∼19일밖에 안 된 새 열차였다. 코레일은 ‘제작 결함’으로 결론 내리고 제작사인 현대로템을 통해 부품 교환과 시스템 변경 등의 조치를 실시했다.

○ KTX-원강, 시운전 충분했나

신형 KTX 열차에서 계속 장애가 발생하자 정식 운행에 앞서 시운전이 제대로 진행됐는지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앞서 감사원은 2011년 KTX-산천의 시운전이 프랑스산 KTX-1이나 해외 고속철과 비교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코레일은 KTX-원강의 초도차(처음 제작된 열차)를 8개월간 시운전했다. 시운전 총연장은 정부 지침의 2배(4만 km)인 9만 km. 문제는 양산차(두 번째 제작 열차 이후) 시운전이 평균 2개월, 1만7000km에 그친 것이다. 기간과 거리 모두 KTX-산천 양산차의 절반이다. 초도차와 달리 정부 지침에 양산차 시운전 거리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이번에 결함이 발생한 건 모두 양산차였다.

영종대교가 있는 인천국제공항선에서는 아예 KTX-원강 시험 운행이 없었다. 경부선 호남선 전라선에서 시험한 열차를 인천공항선에 투입했다. 열차 선로는 노반과 곡선 반경, 높이 등의 차이가 있어 해당 노선에서 시험 운행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코레일 관계자는 “영종대교 고장 이후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며 “시운전은 철도안전법 등 규정에 따라 진행됐다”고 해명했다.

김찬오 서울과학기술대 안전공학과 교수는 “열차는 시험 운행에서 초기 고장 원인을 확인해 제거한 뒤 영업에 투입해야 한다”며 “6년 전 KTX-산천 때와 똑같은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평창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러 내려면 안전이 반드시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형석 기자 skytree08@donga.com
#ktx#나사#장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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