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안가려 작두로 손가락 자르고 고아 행세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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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무청, 병역면탈 212건 檢 송치

초등학교 시절 오른손 약지 일부가 절단된 김모 씨는 19세가 되던 해 병역판정 신체검사에서 기대와 달리 2급(현역) 판정을 받았다. 현행 검사 규칙상 손가락 2개 이상의 굴곡건(손가락을 구부릴 때 사용하는 힘줄)이 파열돼야 4급(보충역)이나 5급(제2국민역·면제) 판정을 하는데, 그 기준에 못 미친 것이다. 김 씨는 결국 해서는 안 될 선택을 했다. 칼날 길이 23.5cm의 작두를 구입한 것. 그는 2013년 호프집에서 소주를 3병 넘게 마신 뒤 인근 주택가에서 ‘거사’를 치렀다. 작두에 오른손 새끼손가락을 넣고 첫째 마디 윗부분을 ‘싹둑’ 잘랐다. 이후 재검사에서 4급 보충역 판정을 받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범행은 곧 들통이 났다. 그는 “참치캔에 손가락이 잘렸다”고 주장했지만 사고에 의한 것이라기엔 손가락 절단면이 말끔했다. 잘린 손가락을 들고 병원에 가지 않고 버린 점 등을 수상히 여긴 병무청 특별사법경찰(특사경)은 수사 끝에 고의 절단이었음을 밝혀냈다. 김 씨는 2014년 1심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엽기적이고 황당한 병역 면탈 사례는 이뿐만이 아니다. 날로 지능화되는 병역 면탈 범죄를 직접 수사해 관련 범죄를 뿌리 뽑고자 2012년 4월 18일 출범한 특사경은 출범 이후 김 씨 사례를 포함해 5년간 병역 면탈 사례 212건(지난달 말 기준)을 적발해 검찰로 송치했다고 2일 밝혔다.

212건 중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앞에서 의도적으로 혼잣말을 해 정신분열 등의 판정을 받는 ‘정신질환 위장’(51건)을 누르고 ‘문신’으로 병역 면탈을 시도한 사례(52건)가 가장 많았다. 양쪽 어깨에 문신이 있던 이모 씨는 2007년 병역판정 검사에서 3급 현역을 받자 배와 허벅지에도 문신을 한 뒤 2012년 재검사를 받았다. 그러나 결과는 똑같았다. 전신에 문신이 있어야 4급 보충역을 받게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 씨는 2013년 발과 손, 목을 제외한 전신에 문신을 했다. 그 결과 4급 판정을 받았지만 ‘고의적 신체 훼손’임이 금세 드러나 2014년 9월 징역 10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고아 위장’도 있었다. 조모 씨는 부모가 있고, 부모 집에서 살았음에도 보육원 사무국장과 공모해 2001년부터 11년 넘게 보육원에 거주했다는 허위 내용을 담은 ‘병역복무변경·면제 신청서’를 병무청에 제출했다가 사무국장과 함께 적발됐다.

미국에서 대학을 졸업하고도 “중학교를 중퇴했다”고 속여 ‘학력 미달’로 병역을 면제받은 경우도 있었다. 멀미 예방약인 ‘키미테’를 눈에 비비면 주성분인 부교감신경 억제제에 의해 동공이 커지는 점을 악용해 ‘동공운동장애’로 위장한 강모 씨 등 20명도 2013년 무더기로 적발됐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병역면탈#병무청#검찰#송치#군대#손가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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