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근로시간 줄이자며 국회처리는 뒷전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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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후보 앞다퉈 “근무시간 단축”… 임시국회 환노위 논의 끝내 불발
조기대선 돌입땐 통과 더 어려워

정부가 청년 일자리를 위해 추진해 온 근로시간 단축안의 2월 임시국회 통과가 무산된 것으로 확인됐다. 정치권이 겉으론 일자리 창출의 당위성에 한목소리를 내면서 근로시간을 줄이자고 외치고 있지만, 정작 관련 법안 처리를 두고는 당리당략을 앞세우거나 대선에서의 유불리만 고려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26일 고용노동부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따르면 여야 4당 간사는 근로시간 단축안(주당 최대 근로시간 68→52시간)을 담은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이번 국회에서 처리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28일 열릴 환노위 소위에서는 비쟁점 법안만 논의하기로 했다.

여야는 3월 임시국회가 열리면 근로기준법 문제를 다시 논의한다는 태도지만 3월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후 대선 국면이 시작되면 이 역시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법 개정 없이 대법원 판결로 근로시간 단축의 향방이 정리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당초 여야 4당 원내대표는 1일 만나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이달에 처리하자고 의견을 모았다. 하지만 이후 이어진 환노위 간사 협의에서 바른정당 측이 “일자리 창출력이 가장 높은 파견법도 같이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고, 야 3당이 이에 반대하면서 근로기준법 개정안의 소위 상정이 무산됐다. 겉으로는 바른정당 때문에 근로시간 단축안 처리가 무산된 것처럼 보이지만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도 애초부터 적극적이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선 주자들이 앞다퉈 근로시간 단축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운 상황이고, 근로시간 단축을 자신의 ‘업적’으로 내세우려면 이번 정부보다는 차기 정부에서 처리되는 게 좋기 때문이다.

특히 야당은 대법원 판결이 자신들의 주장대로 나올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환노위의 한 관계자는 “대선을 앞둔 여야의 셈법이 워낙 복잡해 4당이 합의해 소위에 상정했더라도 처리될 가능성은 낮았다”고 말했다.

3월 임시국회 재논의도 대통령 탄핵심판 때문에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근로시간 단축은 ‘통상임금’ 문제처럼 대법원 판결로 정리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과거 정부와 국회가 정기상여금 등의 통상임금 포함 여부를 법에 반영하지 못하고 갈팡질팡하자 대법원은 2013년 12월 전원합의체 판결로 통상임금의 범위를 명확히 한 바 있다.

지금 대법원에는 근로시간 단축 관련 소송이 12건 계류돼 있다. 대법원은 국회가 먼저 법을 개정하도록 시간을 주기 위해 확정 판결을 미뤄 온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제 무작정 미룰 수만도 없는 상황이 됐다.

한편 한국고용정보원은 26일 올해 취업자 수가 2650만3000명으로 지난해보다 26만8000명(1.0%) 늘어나는 데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노동연구원 전망(28만4000명 증가)보다 더 비관적인 예측이다. 고용정보원은 “미국의 보호무역 확대, 중국의 성장 둔화 등 대외 환경은 물론이고 가계부채, 구조조정 영향 등 대내 환경도 고용시장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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