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사’는 이미지 자소서… 외모 관심 가족 감정까지 좌∼악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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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화제]연애코치가 말하는 SNS ‘프사’ 100% 활용법

본보와 채널A 수습기자 4인의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 이명길 듀오 연애코치는 황하람 기자(왼쪽에서 두 번째 사진)처럼 정장을 차려입고 스튜디오에서 찍은 사진보다 성혜란 기자(왼쪽 사진)처럼 자연스럽게 나온 사진이 좋다고 말했다. 조윤경 기자는 얼굴 대신 꽃 사진을 프사로 설정했고 구특교 기자는 아무 사진도 올리지 않은 상태다. 카카오톡 화면 캡처
‘카톡 카톡 카톡….’

오늘도 나를 찾는 분주한 손길이 이어진다. 내 이름은 카카오톡. 뭐 대부분 카톡이라는 애칭으로 부르고. 모바일 메신저 하면 사람들은 바로 나를 떠올리지. 나를 찾는 월간 활성이용자(MAU)는 지난해 기준 국내에서만 무려 4208만 명이다. 대한민국 사람 10명 중 8명은 한 달에 최소 한 번 이상 나를 찾는다는 것! 재밌는 건 그중엔 문자는 안 보내고 친구목록에 뜬 프로필 사진(프사)만 엿보는 사람도 수두룩하단 사실. 아닌 척하지 말기!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한 번쯤 그런 적 있지 않은가. 자, 지금부터 ‘프사 탐색전’에 나선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시라.

“너 소개팅 할래?”

간만에 들어온 소개팅이었다. 직장생활 5년차에 접어든 C 씨(30). 그는 친구로부터 동갑내기 소개팅남 P 씨의 전화번호를 받았다. 곧바로 휴대전화에 저장했다. 스마트폰을 부여잡고 카톡 친구목록이 업데이트되길 기다렸다. 몇 초 후. P 씨의 이름이 ‘새로운 친구’ 목록에 떴다. 이제 이름 왼쪽의 작은 동그라미를 터치하면 P 씨의 프로필 사진을 확인할 수 있다.

설레는 마음으로 손가락을 화면에 터치하는 순간 한숨이 나왔다. 얼굴은 뭐 잘생기지도 못생기지도 않았다. 문제는 사진들의 배경. 와인이 놓인 테이블, 럭셔리한 브런치 식탁, 화려한 호텔 옥상 바 사진 등. 심기가 불편했다. 다른 건 몰라도 ‘허세남’은 용서할 수 없었다. C 씨는 바로 소개팅을 파투냈다.

프사는 ‘이미지 자소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프사는 이제 ‘사진 자소서(자기소개서)’로 자리 잡았다. 특히 새로운 만남을 앞둔 사람들에게는 상대를 탐색할 수 있는 첫 번째 창이다. 본보와 결혼정보업체 듀오가 1월 한 달간 미혼 남녀 481명을 조사한 결과 ‘SNS 프사 설정을 놓고 고민해 본 적이 있다’고 답한 사람이 84.4%였다. 선호하는 프사는 △내 모습 위주의 사진(32.2%) △여행지 등 멋진 풍경(23.4%) △친구·연인과 함께한 사진(20.7%) 순이었다. ‘프사를 등록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4.5%.

젊은 청춘남녀는 만남을 앞두면 ‘셜록 홈스’가 된다. SNS 프사 하나로 수십 가지의 정보를 캐내려 든다. 프사를 통해 외모뿐 아니라 취향과 관심사 인간관계 등을 알 수 있다는 것. 듀오의 이명길 연애코치는 “그런 점에서 오늘날 SNS 프사는 신언서판(身言書判·사람을 뽑을 때 표준으로 삼던 조건) 중 하나가 됐다”고 말했다.

듀오에선 지금도 남녀를 서로 소개해줄 때 사진을 먼저 주지 않는다. 전화번호와 e메일만 공개한다. 서로가 ‘만나보겠다’고 최종적으로 ‘OK’ 하면 만나기 직전 사진을 전달한다. 하지만 요즘엔 ‘그래봤자’란다. 전화번호를 저장하면 카톡 프사를 확인할 수 있고, e메일 주소만 검색해도 페이스북과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 각종 SNS가 뜨는 세상이다.

온라인상엔 ‘카톡 프사 히스토리 안 보이게 하는 법’ ‘카톡 프사들을 12종류로 구분한 심리 분석’ 같은 게시물이 차고 넘친다. 그만큼 프사가 일상 속 깊숙이 자리 잡았다는 증거다.

여자는 ‘분위기’, 남자는 ‘자연스러운 외모’

그렇다면 어떤 프사가 상대의 호감을 불러올까. 이 코치에게 남녀별 프사 활용법 ‘꿀팁’을 들어봤다. 이 코치는 꿀팁 제공에 앞서 남녀 구별을 명확히 했다. 남녀 간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에 극명한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이 코치는 “여자는 남성을 ‘줌 인(Zoom in)’ 기법으로 본다”고 말했다. 즉 여성에게 중요한 건 외모보다는 분위기와 인상이란 것. 여성들은 남성들의 외모에 꽤 관대한 편이다. 고작 따져봤자 “키가 크냐 작냐, 배불뚝이냐 아니냐” 정도다. 장동건이나 원빈처럼 꽃미남이 아니라도 유해진처럼 푸근하고 맘씨 좋은 인상이면 일단 합격이다. ‘못잘생겼다’(못생겼는데 동시에 잘생겨 보이는 걸 지칭하는 말)는 말이 괜히 생긴 게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남자라면 사진의 배경에 특별히 신경 쓰는 게 좋다. 이 코치는 “여성들은 주변 상황을 종합해서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고 귀띔했다. 예를 들어 강아지나 조카와 놀아주는 사진은 아주 좋단다. 이런 사진은 ‘아 이 남자가 참 다정다감하구나. 내게도 이렇게 대해 주겠지?’라는 기대를 갖게 한다. ‘뇌섹남(뇌가 섹시한 남자)’이 대세인 만큼 서점에서 책을 보는 모습, 서류들이 놓인 책상에서 노트북을 켜놓고 일에 몰두하는 모습 등도 괜찮은 콘셉트다.

반대로 남자는 여자를 볼 때 ‘줌 아웃(Zoom out)’ 기법으로 본다는 게 이 코치의 설명이다. 즉 얼굴과 몸매 스타일을 눈여겨보고 배경을 나중에 본다는 사실. 주변의 미혼 남성들을 살펴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아, 소개팅 시켜줄까?”라고 했을 때 열 명 중 아홉 명은 제일 먼저 “예뻐?”라고 묻는다. 그래서 여성은 일단 프사에 얼굴이 잘 부각되는 것이 낫다. 일종의 간접적인 아이 콘택트(eye contact)를 미리 시도하는 셈이다.

여자들은 사진 찍는 기술이 뛰어나다. 본능적으로 얼굴이 잘 나오는 사진 각도와 조명을 잘 안다. 오랜 셀카 활동(?)의 결과랄까. 문제는 남자들 역시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다는 것. 이 코치가 평소 상담을 오는 남성 손님들로부터 가장 많이 듣는 말은 이렇다. “여성분이 사진과 실물이 너무 달라요….” 여성 손님에게 자연스러운 사진을 추천하는 것도 이런 이유다. 남성들은 사진을 본 순간 보정이 들어간 ‘뽀샵(포토샵)’ 사진인지 아닌지 의심부터 한다. 그래서 셀카보다는 누군가가 자연스럽게 찍어준 스냅사진 프사가 더 반응이 좋다.

남자들이 여자들에게 갖는 편견을 역이용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자연스럽게 운동하는 사진이면 ‘예쁜 척 안 하는 털털한 사람이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다. 이 코치는 순댓국도 추천했다. “순댓국 먹는 사진을 올리면 안 예쁠 거라고 생각하죠? 아닙니다. 의외로 남자들은 ‘이 여자랑 같이 순댓국 먹으러 가면 좋겠다’고 생각할 수 있어요.”

“대놓고 자랑질 안 돼” 과유불급 명심!

남자건 여자건 주의할 사항은 ‘과하면 안 된다’는 것. 은근한 표현이 호기심과 상상력을 더욱 자극하는 법이다. 정장을 차려입고 스튜디오에 가서 찍은 사진, 아나운서 같은 원피스 복장과 짙은 화장을 한 모습의 사진은 부담스럽다. 이 코치는 “요샌 결혼사진도 일상복을 입고 스냅사진처럼 찍는 사람이 많다”며 “정색하고 찍은 사진을 프사로 올리면 오히려 인위적으로 보여 역효과를 부른다”고 말했다. 헬스클럽에서 딱 붙는 옷을 입고 ‘스쾃(하체운동)’하는 모습이나 웃통을 벗고 가슴 근육을 자랑하는 셀카는 대표적인 ‘비호감’이다. 긴팔 와이셔츠를 소매까지 걷었는데 손목 힘줄이 살짝 보인다든지, 깔끔한 청바지에 면티를 입었는데 자연스레 몸매가 드러난다든지 하는 모습이 낫다.

이러나저러나 모든 건 참고 사항일 뿐이다. 각자가 처한 상황에 따라 관심사는 바뀌게 마련이다. 직장인 주영조 씨(29)는 “미혼이었을 땐 이성이 내 프사를 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올렸는데 결혼 이후엔 사진도 잘 안 바꾸고 의식을 거의 안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솔직히, 자존감이 센 사람이라면 남의 눈 따위 크게 의식하지 않을 것 아닌가.

이렇게 되묻자 이 코치가 마지막 당부를 전했다.

“언제나 명심하세요. 이젠 ‘이미지 관리’도 능력인 시대랍니다.”

최지연 lima@donga.com·김도형 기자  
#프로필 사진#카톡#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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