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도로 ‘괄호등’ 톡톡 튀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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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공공디자인 우수사례 공개
한강공원 보행자 안전 가로등 설치… 뇌병변 장애인 ‘스카프 턱받이’ 개발
‘디자인 거버넌스’ 홈페이지 구축… 시민들 아이디어도 받기로

19일 열린 ‘디자인톡톡쇼’에서 수상한 ‘괄호등’(위 사진)은 자전거족이나 보행자가 접근하면 환하게 켜지도록 해 사고 위험을 
줄였다. 반포한강공원에 시범 설치했으며 시민 반응에 따라 확대할 방침이다. 뇌병변 장애인을 위한 턱받이는 비장애인도 멋스럽게 
사용할 수 있도록 스카프형으로 디자인했다. 서울시 제공
19일 열린 ‘디자인톡톡쇼’에서 수상한 ‘괄호등’(위 사진)은 자전거족이나 보행자가 접근하면 환하게 켜지도록 해 사고 위험을 줄였다. 반포한강공원에 시범 설치했으며 시민 반응에 따라 확대할 방침이다. 뇌병변 장애인을 위한 턱받이는 비장애인도 멋스럽게 사용할 수 있도록 스카프형으로 디자인했다. 서울시 제공
 뇌병변 장애가 있는 딸을 21년째 돌본 이정욱 씨(50·여)는 턱받이에 불만이 많았다. 뇌병변 장애인은 일상생활을 할 때 자신도 모르게 침이 흐를 수 있어 턱받이를 하는 게 여러모로 편하다. 하지만 가게에서는 유아용 턱받이만 판매하다 보니 모양이 유치하거나 색깔도 분홍이나 하늘색이 많아 어른이 착용하기에 부적절했다.

 고심 끝에 이 씨는 서울시 디자인개발팀에 도움을 요청했다. 디자인개발팀은 서울시가 지난해 6월 시작한 공공 디자인 프로젝트의 주무 부서. 공공 디자인 프로젝트는 교통, 공공시설,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불편을 디자인으로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는 시민참여형 사업이다.



 이 씨가 참여한 ‘뇌병변 장애 보호자 모임’의 고민은 턱받이에서 끝나지 않고 “장애인도 예쁘고 편한 옷을 입고 싶다”는 데까지 나아갔다. 뇌병변 장애인은 기성복을 사더라도 팔이나 다리 움직임에 따라 수선을 해야 움직임이 자유로울 수 있다. 보호자 모임은 이 같은 고민을 주제로 지난해 7월부터 서울시의 지원을 받아 매주 토요일 디자인회의를 열었다. 다양한 표본을 만들어 본 끝에 스카프처럼 멋을 낸 최종 턱받이 제품이 나왔다. 옷도 수십 차례 샘플을 떠 ‘리폼나’라는 도면 가이드북을 만들었다. 디자인개발팀 황상미 주무관은 “서울 시내 각 지역 사회복지관에 배포됐고 인터넷에서도 무료로 내려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19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디자인 톡톡쇼’에는 리폼나 가이드북을 비롯해 그간의 공공 디자인 사업 성과물들이 소개됐다.

  ‘한강공원 야간자전거팀’이 아이디어를 낸 ‘괄호등’이 눈길을 끌었다. 한강공원의 횡단보도 양끝에서 빛을 비추는 ‘괄호 모양 가로등’이었다. 밤에 한강변을 달리는 자전거를 미처 보지 못한 보행자가 충돌할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한 작품이다. 자전거가 횡단보도 앞 일정 거리에 다다르면 설치된 괄호등의 센서가 이를 감지해 점점 밝아지면서 속도를 줄이라는 ‘쉼표(,)’ 모양이 깜빡거린다. 보행자와 자전거족이 서로 피하거나, 기다릴 수 있도록 해 사고를 줄이도록 한 것이다. 서초구 반포 한강공원에 시범 설치됐는데 시민 반응이 좋으면 더 확대할 방침이다.

 이웃 간 갈등 해소를 위한 우편함은 소음으로 인한 오해와 다툼을 줄여 보자는 디자인이다. ‘반려동물’ ‘가족 행사’와 같이 집안 사정을 설명할 수 있는 표시를 우편함에 달아 이웃이 이해하기 쉽도록 해 갈등으로 번지는 것을 막자는 취지다. 간접 흡연 방지를 위한 지하철 입구 안내도도 선보였다. 지하철을 나가자마자 빨리 담배를 입에 물고 싶은 흡연자들이 계단을 올라가면서 볼 수 있도록 연기에 휩싸인 목이 긴 기린을 그리는 식이다. 열 걸음만 입구에서 떨어져서 흡연하도록 유도 표시를 다는 방법도 제안됐다. 서울시는 이달 말 ‘디자인 거버넌스’ 홈페이지(design.seoul.go.kr)를 구축하고 시민들의 디자인 개발 아이디어도 받을 계획이다.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자전거도로#괄호등#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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