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을 배경으로 삼은 소설 뜬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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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진채 작가 ‘변사 기담’ 출간 직후… 유명 영화제작사 영화화 준비 착수
제물포구락부 등 인천 특색 잘 살려

인천 토박이 양진채 작가가 인천을 배경으로 한 장편소설 ‘변사 기담’을 펴냈다. 이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제작이 추진되고 있다. 김영국 채널A 스마트리포터 press82@donga.com
인천 토박이 양진채 작가가 인천을 배경으로 한 장편소설 ‘변사 기담’을 펴냈다. 이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제작이 추진되고 있다. 김영국 채널A 스마트리포터 press82@donga.com
 인천을 배경으로 삼은 소설들이 주목받고 있다.

 한국 최초의 극장인 협률사(協律舍)에서 활동하던 변사를 주인공으로 삼은 양진채 작가(51)의 ‘변사 기담’이 출간되자마자 영화화될 조짐이다. 또 인천에서 활동 중인 여류 작가 6명의 단편소설 모음집 ‘인천, 소설을 낳다’가 최근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세종도서(우수교양도서)’로 선정돼 전국 도서관 등에 배포되고 있다.

 인천 토박이인 양 작가는 ‘인천 소설’을 알리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2008년 등단 이후 새얼문화재단의 새얼문학회 소설창작반을 이끌면서 인천항 부두노동자, 송도유원지, 수도권매립지 등을 소재로 한 단편소설을 여러 편 발표했다.

 양 작가는 인천을 테마로 한 소설집 ‘인천, 소설을 낳다’를 펴낸 문학동호회 ‘소주 한 병’ 회원이기도 하다. 이 소설집은 양 작가를 포함한 6명의 회원이 쓴 단편소설 1편씩을 소개하고 있다. 당초 7명으로 출발한 이 문학회는 주로 점심 때 만나 7잔 분량의 소주 한 병을 한 잔씩 동등하게 따른 뒤 반주 삼아 음식을 먹으면서 토론을 벌인다. 그래서 문학회 이름을 ‘소주 한 병’이란 이름으로 정했고, 회원끼리 스승과 제자 삼아 20년 넘게 문학을 주제로 동문수학하고 있다.

 양 작가의 첫 장편소설 ‘변사 기담’에는 인천을 대표하는 풍경과 장소가 곳곳에 등장하고 있다. 무성영화 속의 대사와 상황을 실감나게 전달하는 주인공(윤기담)은 중구 신포국제시장 근처 애관극장 자리에 있던 협률사 소속 변사로 등장한다. 1895년 문을 연 인천 협률사는 인형극 창극 신파극을 공연하고 무성영화도 상영했다. 고종 지시로 1902년 서울 정동에서 개관한 한국 최초의 현대식 국립극장인 협률사(協律社)와 한글 이름은 같지만 한자가 다르다.

 소설에서 아이돌 가수처럼 인기를 끌던 변사 기담은 독립운동에 가담한 기생 묘화와 운명적인 사랑에 빠진다. 실제로 애관극장 인근에는 평양과 더불어 조선 최대 규모의 기생촌이 형성돼 1970년대까지 잔존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기담은 연인 묘화의 제안으로 일제에 저항하는 시위를 조직하기 위해 무료 영화 상영회의 연행(변사 연기)을 한다. 시위 직후 기담은 일본 경찰에 끌려가 모진 고문을 받고 결국 변사 생명인 혀까지 잘린다.

 벙어리로 살고 있는 기담은 수십 년 만에 미국에 살고 있는 묘화로부터 한 통의 편지를 받는 상황이 소설 속의 현재 축으로 설정된다. 영화 학도인 증손자가 증조할아버지 기담으로부터 연행을 배우는 장면이 다큐멘터리 영화로 만들어지는 과정도 담고 있다.

아이들 손잡고 떠나는 인천 역사기행에서 차이나타운의 이 계단을 올라 선린문을 통과하면 응봉산 정상에 조성된 자유공원에 닿는다. 동아일보DB
아이들 손잡고 떠나는 인천 역사기행에서 차이나타운의 이 계단을 올라 선린문을 통과하면 응봉산 정상에 조성된 자유공원에 닿는다. 동아일보DB
 소설 속에서 인천 도심포구인 북성부두와 월미도 바다, 자유공원(만국공원), 외국인 사교장인 제물포구락부가 실감 나게 그려지고 있다. 또 인천 지역에서 논란인 6·25전쟁 당시 인천상륙작전 때의 ‘민간인 폭격’ 여부도 하나의 소재로 다룬다. 양 작가는 “인천 특색을 살릴 수 있는 소설을 쓰기 위해 공부를 하다 보니 개항기 모습이야말로 인천을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여러 흥행작을 선보인 모 영화제작사가 이 장편소설을 영화화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양 작가는 “‘밀정’ ‘아가씨’ 등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영화가 관심을 끌어서인지 조만간 ‘변사 기담’을 영화로도 감상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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