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황제관광’ 노리는 함정범죄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16일 03시 00분


현지 여행가이드-경찰 공모해 한국인 성매매 현장 덮쳐 연행
사건 무마조건 수천만원 뜯어

 지난해 6월 친구와 함께 필리핀에 가서 이른바 ‘황제여행’으로 불리는 성매매 관광을 하기로 마음먹은 안모 씨(30). 인터넷 카페에서 정보를 구하다 카페 관리자로부터 필리핀 현지 가이드 김모 씨(47)를 소개받았다. 김 씨는 호텔 예약과 성매매 알선 등 모든 일정을 짜줬다.

 안 씨는 필리핀 중부의 유명 관광지 앙헬레스에 도착해 김 씨가 소개한 호텔에서 현지 여성과 하룻밤을 보냈다. 그런데 다음 날 아침 국가수사국(NBI) 경찰관 3명과 중년 여성이 호텔방으로 들이닥쳤다. 중년 여성은 “침대의 여자가 내 딸인데 미성년자”라고 말했다. 결국 경찰서로 연행된 안 씨. 그런데 이번엔 40대 후반 정모 씨가 주필리핀 한국대사관 직원이라며 접근했다. 정 씨는 “돈으로 경찰을 매수하자. 필리핀 감옥은 쥐가 들끓어 살 수 없는 곳”이라고 제의했다. 두려움에 떨던 안 씨는 현지에 갖고 간 현금 130만 원에 한국에서 송금 받은 5000만 원까지 필리핀 경찰 측에 건넨 뒤 풀려났다.


 이후 정 씨와 필리핀 경찰의 관계에 의심이 든 안 씨는 필리핀 현지 파견 코리안데스크에 수사를 의뢰했다. 그 결과 하룻밤을 보낸 여성의 어머니와 대사관 직원이라고 했던 정 씨의 신원이 가짜로 드러났다. 현지 경찰도 가이드 김 씨에게 매수돼 범행에 가담한 것이었다. 김 씨가 설계한 일명 ‘셋업(함정) 범죄’였던 것. 김 씨는 한국에서 범행을 저지른 뒤 필리핀으로 도피한 전과자였다. 경찰청 관계자는 “11일 송환해 김 씨를 특수강도 혐의로 구속했다”며 “달아난 정 씨를 추적 중”이라고 밝혔다.

 한국인을 타깃으로 한 필리핀 현지의 셋업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지난해 주필리핀 한국대사관은 인터넷 홈페이지에 “‘필리핀 밤 문화’ 등의 제목으로 홍보하는 개인 관광가이드를 접촉하거나 유흥가에서 우연히 알게 된 필리핀 여성과 성관계 시 셋업 범죄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유의사항을 게시하기도 했다.

 경찰청은 15일 해마다 한국인 피살자가 10여 명씩 발생하는 필리핀의 한국인 도피 사범 송환자 수가 코리안데스크의 활동으로 2015년 47명에서 지난해 84명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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