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송박사의 술~술 경제]트럼프 당선과 세계화의 명암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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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동아일보DB
도널드 트럼프. 동아일보DB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예상을 뒤엎고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됐습니다. 트럼프는 정치 경력은 전혀 없고 부동산 개발로 유명한 사업가이죠. 튀는 언행과 공약으로 주목과 비난을 동시에 받았던 정치 초년병이 당선된 데는 경제적 이유가 크게 작용했습니다.

 미국 정치는 양당 체제입니다. 공화당은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사람들이, 민주당은 정부의 역할을 강조하는 상대적으로 진보적인 사람들이 각각의 지지 세력입니다. 두 당은 항상 팽팽한 균형을 유지하고 있어 소수이지만 경제적 이해관계를 같이하는 특정 세력의 투표 성향이 선거의 승패를 결정하곤 합니다.

 트럼프는 전통적으로 민주당을 지지했던 ‘러스트 벨트(rust belt)’의 백인 근로자들의 소리 없는 지지로 당선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오하이오, 미시간 등 미국의 대표적인 공업지대인 러스트 벨트는 노조가 강한 지역으로 공화당이 항상 약세였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사양산업이 된 철강, 자동차 등 제조업 일자리를 보호무역을 통해 되찾겠다고 공언한 트럼프를 택했습니다.

 20세기 후반부터 자유무역을 통해 상품, 서비스 등의 국제적인 시장 통합이 가속화하는 세계화가 급속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세계화 반대론자들은 세계화는 선진국의 이익을 위한 것이며 저개발국들이 빈곤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하는 원인이라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중국 인도를 보면 이 말이 사실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세계 인구의 38%를 차지하는 중국과 인도는 20세기 후반 세계화에 참여한 뒤 고속성장을 통해 빈곤에서 벗어났습니다. 세계화에 참여한 국가들은 비교 우위가 있는 산업을 특화해 발전시키고 무역으로 국부를 늘리며 선진국과의 격차를 줄였습니다. 반면 북한 쿠바처럼 세계화에 불참한 국가들은 저개발과 낮은 소득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미국 등 선진국들은 개발도상국들의 경제가 급속히 성장함에 따라 전통적인 제조업에서 경쟁력을 잃었습니다. 물론 세계화의 진전에 따라 기술 수준이 높은 산업의 경쟁력과 부가가치는 크게 상승해 일자리도 많아졌고 고기술 숙련 근로자들의 소득은 크게 높아졌죠. 그러나 경쟁력을 상실한 전통 산업의 저숙련 근로자들의 임금 수준은 정체돼 소득 분배는 악화됐습니다.

 러스트 벨트에 사는 저소득 백인들이 이런 사람들입니다. 세계화를 통해 중국 한국 등에 일자리를 빼앗겼다고 생각하는 이들의 불만은 점점 커졌습니다. 2008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을 하겠다고 했던 것도 이들의 표심을 의식했기 때문이죠. 하지만 잃어버린 경쟁력과 일자리는 돌아오지 않았고 이들은 결국 고율의 관세 부과와 이민 제한 등 극단적인 고립주의를 주장한 트럼프에게 표를 던졌습니다.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된 것은 세계화의 그늘에서 비롯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송원근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본부장
#트럼프#러스트 벨트#자유무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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