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유학은 옛말”… 화천군 교육실험 결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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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천군 교육우선 정책-투자 선순환
인재유출 막고 사교육비 부담 덜자… 초중고생 모래시계형 구조로 바뀌어

강원 화천군이 운영 중인 화천학습관에서 인터넷 수업을 받고 있는 학생들. 지역 인재 유출 방지에 기여한 것으로 평가받는 화천학습관은 선발된 중고생 64명이 숙식하며 방과후 별도의 수업을 받는다. 화천군 제공
강원 화천군이 운영 중인 화천학습관에서 인터넷 수업을 받고 있는 학생들. 지역 인재 유출 방지에 기여한 것으로 평가받는 화천학습관은 선발된 중고생 64명이 숙식하며 방과후 별도의 수업을 받는다. 화천군 제공
 최전방 지역인 강원 화천군의 꾸준한 교육 실험이 결실을 거두고 있다. 15일 화천군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 화천지역 초등생은 1159명, 중학생 562명, 고교생 648명의 모래시계형 구조로 교육 지형에 큰 변화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역시 초등학생 1154명, 중학생 639명, 고교생 654명으로 비슷한 모양을 보이고 있다. 이는 화천지역 고교생들이 외지로 떠나지 않는 데다 오히려 유입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10여 년 전까지 화천지역 중학교 졸업생 상당수가 인접한 춘천의 고교로 진학하던 현상이 사라진 셈이다. 2007년 당시 화천군의 초등학생은 1702명, 중학생 684명, 고교생 547명으로 피라미드 형태였다.

 이 같은 변화는 화천군의 교육 우선 정책과 투자 덕분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화천군은 전국 최초로 교육복지과를 신설한 데 이어 올해 인재육성재단을 설립해 체계적이고 강한 교육 정책을 펼치고 있다.

 화천군이 지역 인재 유출을 막고 사교육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2008년 8월 문을 연 화천학습관은 교육 정책의 중심에 서 있다. 중3∼고3 학생 64명이 숙식하며 특별학습을 하는 곳으로 모든 운영비는 화천군이 부담하고 학생들은 식비만 낸다.

 학생들은 학교 수업을 마친 뒤 이곳에서 국영수 중심의 별도 수업을 받고 주말에는 각자 부족한 과목의 질의응답 시간을 갖는다. 방학 때도 같은 일정을 소화한다. 이곳 출신들은 올해 15명이 연세대, 중앙대, 한국외국어대, 서울시립대 등 서울과 강원도내 주요 대학에 진학하는 등 매년 100% 가까운 4년제 대학 합격률을 보이고 있다.

 장학기금 조성도 활발히 펼쳐지고 있다. 한 할아버지는 연탄 1장을 팔 때마다 10원씩 모아 796만 원의 장학금을 내놓았고, 한 경찰관은 첫 월급을 장학금으로 기탁하기도 했다. 매년 100만 원의 장학금을 내는 화천시장의 식당 아주머니도 있다. 주민 400여 명이 참여하는 ‘1인 1인재 육성 후원’ 운동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이 같은 후원 덕에 화천군이 운용 중인 장학기금은 46억 원을 넘어섰다. 화천군은 올해 235명의 학생에게 5억4000여만 원의 장학금을 지원했다. 지난해 167명에게 3억8000만 원을 지원한 것에 비해 약 42% 증가했다.

 최문순 화천군수는 “교육사업에는 접경지이기 때문에 받아야 하는 규제가 없다”며 “인재 육성이 지역의 힘을 키우는 길이라 생각하고 역점적으로 교육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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