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산층 ‘3층탑’ 튼튼히 쌓아 은퇴前 소득의 60% 확보하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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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 준비 안된 한국사회]<中>노후생활비 마련 어떻게

 부동산중개업자 박진혁 씨(58·서울 강서구)는 월수입 300만 원대를 유지 중이다. 자녀도 취직했다. 하지만 지출이 매달 25만 원 정도 초과했고 환갑이 다가오자 노후 생활에 불안감이 커졌다. 예금 8000만 원, 4억 원대 아파트를 믿었지만 막막했다. 그때 ‘공적연금으로 노후 소득 1층을 다지라’는 조언을 들었다. 그는 과거 23개월간 회사 재직 기간에만 국민연금을 냈다. 그러나 추가납부제도를 통해 15년 치 연금납부액(총 6903만 원)을 한꺼번에 내 사망 시까지 연금 월 62만 원이 나오게 됐다. 박 씨는 “매달 62만 원씩 9년간 쓸 돈으로 죽을 때까지 연금을 받게 됐다”고 말했다.

 
65세 이상 한국인의 기대여명(앞으로 생존하는 평균 연수)은 20.6년. 은퇴해도 20년 이상을 살아야 한다. 하지만 한국 남성 근로자의 월평균 소득은 312만 원(2014년 기준) 정도다. 이에 전문가들은 중산층 혹은 중산층과 저소득층의 중간에 있는 ‘사이 계층’일수록 ‘3층탑’ 형태의 노후 준비를 충실히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 ‘3층탑’으로 소득대체율 ‘60%’ 만들어야

 3층탑은 1층(국민연금), 2층(퇴직연금), 3층(개인연금)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소득대체율’(은퇴 전 소득 대비 은퇴 후 소득 비율)을 구축하기 위한 노후소득 대비 단계를 뜻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은 노후를 위한 적절한 소득을 개인 생애소득 평균의 67.9%로 본다. 은퇴 전 소득의 70% 정도가 적정 소득대체율이라는 뜻. 월 300만 원이 평균 소득이었다면 노후에는 월 210만 원가량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고령이 될수록 교통비, 교육비 등이 감소돼 은퇴 전 소득의 70%만 돼도 삶의 질이 유지되기 때문. 하지만 국내 노후전문가들은 “한국 소득수준 등을 감안해 중산층과 사이 계층은 ‘60% 내외’의 소득대체율 목표로 노후를 준비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지적했다.

 우선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에 가입하는 것이 필수다. 국민연금에 25년을 가입하면 소득대체율 25%가 확보된다(표 참조). 국민연금은 물가변동률을 반영해 개인연금보다 유리하다. 월 소득 360만 원인 A 씨(45)가 30세부터 20년간 총 7984만 원을 보험료로 낸 뒤 65세가 되는 해부터 20년간 국민연금을 탈 경우를 시뮬레이션하면 예상 수령액은 1억8671만 원(현재 가치 기준)이다. 하지만 65세에 즉시연금(목돈을 맡긴 뒤 즉시 다달이 받는 연금)에 전액 투자하면 수령액은 총 8606만 원에 그친다. 국민연금은 보험료 납입액 대비 수령액의 비율은 소득이 낮고 가입기간이 길수록 높아졌다. 국민연금은 최대한 일찍 시작하는 것이 좋다.

  ‘기초연금’으로도 5∼10%의 소득대체율을 메울 수 있다. 만 65세 이상 중 소득 하위 70%는 최고 월 20만4010원(부부 월 32만6400원)을 받는다. 기초연금 수급자는 총 454만 명(2016년 6월 기준). 직장인의 경우 국민연금 가입기간과 동일한 기간에 퇴직연금에도 가입해 10∼15%(투자수익률을 0% 가정) 정도의 소득대체율을 얻도록 노력해야 한다. 국민연금, 기초연금, 퇴직연금을 합해 50∼55%가량의 소득대체율을 확보해야 한다는 의미다.

 모자란 10% 내외는 어떻게 할까? 성혜영 국민연금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개인연금이나 예금, 적금으로 보완하거나 주택을 담보로 맡긴 뒤 평생 연금을 받는 ‘주택연금’을 활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 정부는 공적연금 기능 강화해야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부족하다. 국내 ‘3층탑’의 소득대체율은 평균 45% 수준. 국민연금 가입률이 낮고, 가입자의 평균 보험료 납입기간도 27년에 불과한 탓이다. 공적연금 가입률이 90% 이상인 네덜란드는 연금의 소득대체율이 90.5%다. 스페인(82.1%), 미국(70.3%) 등도 높다.

 중산층과 ‘사이 계층’에 대한 노후 정책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초생활 및 차상위 복지급여 수급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데 노후 대비가 부족하면 빈곤층으로 전락하기 쉽기 때문. 지난해 65세 이상 노인 중 중위소득(105만4913원)의 절반도 벌지 못해 ‘상대 빈곤층’으로 분류된 비율은 44.8%를 기록했다.

 이에 여성과 저소득·비정규직 근로자 등 국민연금의 사각지대에 있는 이들의 국민연금 가입을 유도해 ‘1인 1국민연금’ 체계를 구축하는 게 우선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기초연금도 목표치인 소득 하위 70%가 전부 수령할 수 있도록 내실화하고, 주택연금 제도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것.

 개인연금에도 세제 혜택을 늘려 가입자를 늘려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국내 사적연금 가입률은 23.4%로, 독일(71.3%), 미국(47.1%) 등보다 훨씬 낮다. 세제 지원율도 15.7%로 미국(26.8%), 일본(23.8%)보다 낮다. 금융 당국이 인증한 연금에 가입하면 정부가 소득에 따라 보조금을 지급하는 독일 ‘리스터 연금’을 도입하거나, 근로자가 총급여의 4%를 퇴직연금 보험료로 내면 회사가 3%, 정부가 1%를 각각 부담해 총 8%를 적립해주는 영국 방식을 차용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낙년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국민연금의 실효성을 높이면서 개인연금을 어떻게 들어야 효율적인지 조언해주는 역할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윤종 zozo@donga.com·조건희 기자
#노후#은퇴#생활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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