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3명 연관성 없는 ‘거제 콜레라’… 감염경로 깜깜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9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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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피 못잡는 감염병]15년전 콜레라 발생때와 차이는


2001년 전국 139명 감염
식당종업원 해산물 먹고 발병… 경북 영천서 확산… 2차 감염 유발

2016년 거제에만 집중
산발적 발생… 인근 바닷물 오염 의심… 폭염 탓에 균 폭발적 증식 추정


최근 경남 거제시에서 잇따라 발생한 콜레라 환자 3명의 균 유전자형이 모두 일치하는 것으로 1일 분석됐다. 이들의 콜레라균이 똑같은 발원지에서 나왔다는 뜻이다. 그러나 보건당국은 첫 신고 접수 후 보름이 지나도록 감염 경로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콜레라가 유행했던 2001년 첫 신고 사흘 만에 감염원을 좁혔던 것과 대조적이다. 질병관리본부(당시 국립보건원)의 2001년 역학조사 보고서를 토대로 15년이 지난 그때와 지금의 차이점을 분석해 봤다.

○ 식당 vs 바닷물

2001년 콜레라균이 급속도로 확산된 장소는 경북 영천시를 지나는 국도 28호선에 있는 기사식당 ‘25시 만남의 광장’이었다. 여종업원 최모 씨(당시 37세)는 8월 14일 경북 포항시에서 해산물을 사먹은 뒤 콜레라에 감염됐지만 제대로 치료받지 않고 보름간 가오리찜 오징어찜 등 조리를 계속했다. 그해 여름 발생한 콜레라 환자 139명 중 무려 98명(70.5%)이 이 식당에서 나왔다. 콜레라 ‘아웃브레이크(대유행)’가 시작된 지 사흘 만에 보건당국이 이 식당을 발원지로 지목할 수 있었던 것은 환자들이 공통적으로 다녀간 유일한 장소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 경남 거제시에서 발생한 환자 3명의 동선은 전혀 겹치지 않는다. 첫 번째 환자와 세 번째 환자가 수산물을 산 장소는 차로 20분 이상 떨어져 있고, 두 번째 환자가 먹은 삼치는 시장에서 산 게 아니라 지인이 직접 낚은 것이었다. 이들의 공통점은 거제시 인근 해역에서 잡은 수산물을 먹었다는 점뿐이다. 당국이 바닷물이 콜레라에 오염됐다고 추정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이처럼 감염병이 산발적으로 발생하면 끝내 감염 경로를 찾지 못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 5.7일 vs 5.7일


2001년 콜레라 환자들이 처음 증세를 보인 뒤 병원 1인실이나 자택에 격리되기까지 걸린 기간은 평균 5.7일이었다. 올해 세 환자가 증상을 보인 후 격리까지 소요된 기간도 각각 2일, 10일, 5일(평균 5.7일)로 2001년과 비슷하다. 콜레라에 걸리면 설사를 수십 차례 반복하며 균에 오염된 분변을 다른 사람에게 옮길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격리 조치가 필수다. 15년 새 감염병 검사 기법과 감시 체계는 크게 발달했지만 정작 기초적인 감염 관리 수준은 제자리인 셈이다.

전문가들은 콜레라가 15년째 모습을 감춘 탓에 현장 의료진의 경계가 느슨해졌다고 지적한다. 2001년 이전엔 거의 매년 콜레라 환자가 나왔기 때문에 당시 8월 13일부터 콜레라 신고 강화 등 감시 사업을 벌이고 있었다. 하지만 거제시 M병원은 지난달 17일 두 번째 환자가 입원했을 때 아예 콜레라를 의심하지 않고 6인실을 배정했고, 부산 D대학병원도 세 번째 환자를 중환자실에서 일반실로 옮겼다가 콜레라 확진 후 격리실로 다시 옮겼다.

○ 2차 감염 6명 vs 전파 가능성 낮아

2001년엔 피서철 여행객이 주로 들르던 국도 변 식당에서 콜레라균이 퍼지는 바람에 감염자가 전국으로 퍼져나갔다. 이들은 서울, 경기 김포시, 부산 등에서 다시 콜레라균을 퍼뜨려 2차 감염자가 6명 발생했다. 주로 환자와 함께 생활한 가족이었다. 이번엔 두 번째 콜레라 환자가 발생한 직후 당국이 경남 지역에 설사 환자에 각별히 유의하라는 공문을 뿌리고 신고 의무를 어긴 병원을 고발하는 등 적극 대응하고 있기 때문에 2차 감염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세 환자의 접촉자 중에 콜레라균 양성 판정을 받은 사람은 없다.

○ 적조 vs 폭염


2001년 콜레라 유행의 ‘조력자’는 36일간 이어진 적조였다. 적조는 바닷물 속 질소와 인의 농도를 변화시켜 동물성 플랑크톤이 번식하기 좋은 환경을 만든다. 플랑크톤에 기생하는 콜레라균도 덩달아 증식할 수 있다. 실제로 유행이 끝난 뒤 당국이 조사를 벌인 결과 경남 통영시 인근 해역에서 콜레라균이 검출됐다. 올해엔 적조는 예년보다 적었지만 폭염 탓에 바닷물 온도가 높아진 것이 플랑크톤과 콜레라균 번식에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두 번째 환자가 얼린 삼치회를 녹여 먹는 과정에서도 더위 탓에 균이 폭발적으로 증식했을 수 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거제#콜레라#감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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