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문 유어스 쇼핑몰 ‘뜨거운 갈등’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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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운영권 9월 환수 놓고 마찰
상인들 “市서 맡으면 전문성 떨어져… 최고의 상권 무너질게 뻔해”
市 “입찰로 공익추구… 기존상인 지원, 운영 방해땐 민형사소송 불사”

23일 밤 운영권 반환을 앞두고 서울시와 갈등을 겪고 있는 유어스 쇼핑몰의 건물 외벽에 서울시를 비판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23일 밤 운영권 반환을 앞두고 서울시와 갈등을 겪고 있는 유어스 쇼핑몰의 건물 외벽에 서울시를 비판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동대문 패션시장이 하나둘씩 문을 열기 시작한 23일 오후 9시.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옆에 위치한 유어스 쇼핑몰은 장사를 준비하는 상인들과 중국인 관광객(유커·遊客)들로 분주했다. 동대문 패션시장의 평범한 모습 같았지만 쇼핑몰 곳곳에선 낯선 모습도 눈에 띄었다. 건물 외벽에는 서울시를 비판하는 현수막 10여 개가 붙어 있었고, 실내에는 빨간색 조끼를 입은 직원들의 모습도 보였다. 쇼핑몰의 한 상인은 “시뻘건 현수막이 여기저기 붙은 이후엔 손님들이 절반 정도로 줄었다”며 한숨을 쉬었다.

동대문 패션시장에 있는 유어스 쇼핑몰이 운영권 반환을 앞두고 갈등을 빚고 있다. 갈등의 당사자는 서울시와 입주 상인들이다. 유어스 쇼핑몰은 2006년 동대문 공영주차장 지상 부지에 증축된 건물이다. 서울시는 수익형 민간투자사업(BTO)으로 개발을 진행했다. 동부건설이 350여억 원의 공사비를 부담하고 10년간 사용 권한을 얻었다. 이를 상가관리업체가 상인들에게 재임대하는 방식으로 운영됐다.

다음 달 1일 건설사의 사용 권한 만료를 앞두고 서울시가 운영권 환수에 나서면서 갈등이 불거졌다. 서울시는 명백히 시 소유 쇼핑몰인 만큼 앞으론 서울시설공단에서 직접 운영하겠다는 방침이다. 서울시설공단 관계자는 “33년간 서울 전역 25개 지하상가를 운영한 노하우를 통해 유어스 쇼핑몰을 체계적으로 발전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일부 상인은 동대문 패션시장에 대한 전문성이 떨어지는 서울시설공단이 운영할 경우 상권이 침체될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윤호중 유어스 상인협동조합 이사장은 “상인들의 노력으로 급성장해 지금은 동대문 최고의 상권을 형성했다”며 “동대문 패션업계를 알지 못하는 공단이 운영하면 상권이 무너질 게 뻔하다”고 말했다.

유어스 쇼핑몰은 밀리오레, 두타 등 대형 쇼핑몰이 밀집해 경쟁이 치열한 동대문 패션시장에서 확실히 자리를 잡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도심에서 다소 벗어난 지리적 약점에도 불구하고 단기간에 성장한 이유는 상인들의 노력뿐만 아니라 쇼핑몰 지하에 자리한 1100대 규모의 공영주차장 같은 인프라의 힘이 컸다.

서울시는 기존 상인들을 위한 지원방안을 충분히 마련했으며 정당한 운영권 환수를 방해할 경우 민형사상 소송도 불사하겠다는 방침이다. 지난달 서울시의회에서 ‘서울시 주차장 설치 및 관리조례 일부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기존 상인들에게는 1회 5년에 한해 점포를 유지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지난달 서울시가 기존 상인을 대상으로 수의계약 신청을 받은 결과 입점자의 26%인 91명만 신청했다. 나머지 상인들은 상인협동조합을 결성해 “목숨을 걸고 반환을 막겠다”는 방침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기존 상인이라는 이유로 공공의 재산을 상인들이 가져가겠다는 것은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는 것일 뿐”이라며 “앞으론 공개입찰 등을 통해 공정하고 경쟁력 있는 쇼핑몰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동대문#유어스#쇼핑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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