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지는 녹조 불안감… “수돗물 괜찮나요?”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20일 03시 00분


코멘트

낙동강-대청호 등 지방식수원… 8월말까지 녹조현상 심해질듯
환경부 “정수과정서 99% 제거”… 전문가들도 “관리 잘되고 있어”
일각 “소독약품 투입량 늘어 문제”

“이러다가 수돗물까지 ‘녹차라떼’ 되는 거 아닌가요?” “간 질환을 일으키는 독이 있다는데… 수돗물 마셔도 되나요?”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자주 보이는 시민들의 우려 섞인 목소리다. 폭염으로 국내 강과 호수에 ‘녹조(綠潮)’가 확산되면서 먹는 물 안전에 대한 걱정이 커진 것. 녹조는 식물 플랑크톤의 일종인 남조류가 과다 증식해 강이나 호수가 푸르게 변하는 현상이다.

실제 녹조로 인해 하천 환경은 나날이 악화되고 있다. 영남권 식수원인 낙동강 내 창녕함안보 일대 남조류 개체 수는 mL당 3만6250개(16일 기준)로, 8일(7906개)보다 5배 가까이로 증가한 것으로 19일 확인됐다. mL당 남조류 세포 수가 1000개만 넘어도 ‘조류경보’가 발령되는 점을 감안할 때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셈.

충청권 식수원인 대청호 역시 같은 기간 남조류 세포 수가 mL당 5282개에서 8630개로 증가했다. 영산강 내 승천보 일대는 2만7380개, 금강 내 공주보 일대는 2만3000개까지 측정됐다. 부산지역 상수원인 물금취수장 속 남조류 세포 수도 1만 개를 넘었을 정도.

여기에 최근 한강 하류에서까지 녹조 띠가 발견되면서 시민들의 우려가 증폭됐다. 환경부 관계자는 “한강 하류 쪽은 취수 지역이 아니다”라며 “다행히 수도권 식수원인 팔당호는 남조류가 증가하지는 않았고, 북한강과 남한강에서는 남조류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문제는 계속되는 폭염으로 8월 말까지는 녹조 현상이 더 악화될 위험성이 크다는 점이다. 식수원 관리에 비상이 걸릴 수밖에 없다. 남조류에는 간질환을 유발하는 독소물질(마이크로시스틴-LR)이 들어 있다.

수돗물은 안전할까? 정부와 민간 전문가들은 국내 정수 시스템에서는 녹조를 완벽히 걸러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정수는 취수→침전→여과→염소 소독 과정으로 이뤄진다. 하지만 요즘처럼 녹조가 심해지면 정수 과정이 강화된다. 우선 취수구의 방향을 수면 아래로 내려 햇빛이 투과되는 곳까지 번식하는 남조류의 취수장 유입을 최소화한다. 또 취수구 주위로 차단막을 설치하는 한편 수차 형태의 ‘수면 교란 장치’로 물결을 일으켜 녹조 접근을 막는다.

화학적 정수 과정도 강화된다. 이물질을 응집시켜 가라앉게 하는 응집제 투입량을 늘리고, 활성탄을 사용해 냄새, 오염물질을 흡착시킨다. 오존을 물속에 투입해 이물질을 산화시키는 한편 소독물질도 평소보다 더 많이 투입한다. 환경부 측은 “정수 과정을 거치면 99% 이상 남조류가 제거된다”고 강조했다. 경희대 이기태 생물학과 교수는 “정수시설이 잘 갖춰져 있어 관리가 잘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녹조 발생으로 인해 정수 과정에서 소독, 응집 등의 약품 투입량이 늘어나는 점은 문제로 지적된다. 소독 부산물 중 하나인 총트리할로메탄(THMs)은 발암성을 띤 물질로, 과다하게 복용하면 몸에 해롭다. 수돗물 속 총트리할로메탄이 유아에게 선천적 기형을 발생시킬 수 있다는 해외 연구 결과도 있다. 신재은 환경운동연합 물하천팀장은 “정부가 화학용품 사용이 늘어나도 안심할 수 있는지 충분한 설명 없이 녹조 처리가 가능하다는 점만 강조하다 보니 시민의 불안감이 더 커진 것”이라고 말했다.

김윤종 zozo@donga.com·임현석 기자
#녹조현상#수돗물#녹조라떼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