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결과물’보단 ‘과정’을 즐겨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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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학 앞둔 초등생, ’밀린’ 방학숙제 해결법

방학숙제의 교육적 효과를 높이려면, 체험학습 전 자녀와 충분히 대화를 나누고 관련 정보를 미리 찾아 정리하는 것이 좋다.
방학숙제의 교육적 효과를 높이려면, 체험학습 전 자녀와 충분히 대화를 나누고 관련 정보를 미리 찾아 정리하는 것이 좋다.
초등생들. 곧 개학이다. 신나게 방학을 즐겼다면, 이젠 미뤄온 방학숙제가 기다린다. 요즘 초등학교 방학숙제의 양은 많지 않다. 학교, 학급마다 다르지만 독후감이나 체험학습 보고서 위주로 2∼3개 제출하는 것이 보통이다. 주제나 형식을 제한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학생과 학부모가 방학숙제에 대한 부담에서 벗어나 자율적으로 방학을 활용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방학숙제 경험이 적은 초등 저학년과 학부모는 이런 자유가 부담스럽다. 참고할만한 가이드라인이 없어서다. 그렇다고 해서 남들을 따라 의무감에 하는 방학숙제는 교육효과도 떨어질뿐더러 재미도 없다.

초등생 자녀와 함께 ‘밀린’ 방학숙제를 재밌고 유익하게 해결하는 방법은 없을까?
자녀의 ‘꿈’으로 흥미 자극

집에서 가장 손쉽게 할 수 있는 방학숙제는 독후감 작성. 많은 초등생이 책의 줄거리만 늘어놓거나, 한두 줄의 간략한 감상을 적는 데 그친다. 학부모들이 독후 지도를 특히 어려워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제대로 된 독후감을 즐거운 마음으로 작성하려면 대화가 필요하다.

김성현 서울 한신초 교사는 “책을 읽고 난 뒤 바로 글쓰기에 들어가지 말고 책의 내용에 관해 자녀와 충분히 대화를 나눠보라”고 조언한다. 부모나 친구와 책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 독후감을 쓰면 책을 읽고 바로 독후감을 쓸 때보다 글감이 풍성해진다. 만약 자녀의 눈높이에 맞춰 생각을 나누기가 어렵다면 교육부가 운영하는 독서교육종합지원시스템에서 초등생이 쓴 독후감을 찾아 읽고 토론해 보는 것도 좋다.

독후활동의 주제를 자녀의 ‘꿈’과 연관지으면 더욱 재밌게 독후활동을 할 수도 있다. 김 교사는 “초등생에게 가장 큰 동기 부여가 되는 것은 ‘꿈’”이라며 “자신이 하고 싶은 것에 관한 이야기를 하다보면 흥미나 몰입도가 높아지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교사가 꿈인 초등생에게는 ‘내가 교사가 되어 이 책으로 수업을 한다면 어떤 내용을 가르칠 수 있을까’를 주제로 주고 글을 써보게 하는 것. 아나운서가 꿈인 초등생에게는 “책을 설명하는 프로그램의 진행자라고 생각하고 이 책을 설명하는 원고를 써보자”라고 제안할 수도 있다.
철저한 준비가 좋은 보고서 만든다

체험학습 보고서도 단골 방학숙제. 많은 학부모가 보고서 작성에만 치중한 나머지 정작 체험학습 과정은 소홀히 하는 실수를 한다.

초등생 대상 가정학습 프로그램인 아이스크림홈런의 최형순 초등학습연구소장은 “요즘에는 체험학습이라면 제대로 확인하지도 않고 무조건 참여부터 하려는 학부모가 많다”면서 “자녀의 흥미와 기호를 고려해 체험학습을 정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그럴듯한 체험학습에 자녀를 참여시키는 것만으로 모든 것이 해결된다고 생각해서도 안 된다. 체험학습 효과를 높이려면 수업 못지않은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 체험 전에 앞으로 어떤 체험을 하고 배우게 되는지 자녀와 함께 미리 알아보고, 체험 과정을 순서도로 만들어 단계마다 필요한 사항을 함께 적어보는 것이 좋다.

사전 준비가 철저하면 보고서도 쉽게 완성된다. 사전에 조사하고 정리한 내용에 체험학습을 하며 배운 점, 느낀 점 등의 활동 소감만 덧붙이면 된다. 팸플릿을 수집하거나 해설사의 설명을 일일이 받아 적지 않아도 ‘내 아이만의 보고서’를 작성할 수 있는 것. 인터넷에 검색만 해도 나오는 정보를 줄줄이 늘어놓는 것은 의미가 없다. 체험학습을 통해 느끼고 스스로 변화한 점을 자녀 스스로 자신만의 결과물로 정리하도록 하는 것에 초점을 둬야 한다.
대화내용, 마인드맵과 그림으로

초등학교 방학숙제는 그럴싸한 결과물을 만들어내기 위한 것이 아니다. 굉장한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욕심을 부리다보면 본래의 목적인 교육적 효과를 누리기 어렵다.

이정주 대전 목양초 수석교사는 “자녀의 방학숙제가 고민인 학부모들은 남들이 안한 새로운 것을 시도하려 하거나 화려하고 잘 정리된 결과물을 만들려 하기 때문에 어렵게 느껴지는 것”이라면서 “중요한 것은 ‘방학숙제를 하는 과정에서 자녀가 무엇을 배우고 느끼느냐’다. 과정이 충실하다면 결과물은 그림이나 마인드맵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조언했다.

형식이나 틀에 갇히지 않는다면 일상에서 자녀와 겪는 모든 상황이 방학숙제의 소재가 될 수 있다. 특히 최근 열리고 있는 올림픽은 스포츠에 관심이 많은 초등생들의 흥미를 끌어내기 좋다. 우리나라 선수의 중계를 보고 난 후 종목을 정해 경기 규칙과 유래를 알아볼 수도 있고, ‘운동선수가 직업이 된 것은 언제부터일까’와 같이 자녀의 질문에 대해 함께 답을 찾아갈 수도 있다.

이 수석교사는 “‘보고서를 써야한다’는 목적의식을 갖게 되면 자녀는 금방 재미를 잃는다. 재밌는 주제로 대화를 나누는 분위기 속에서 자연스럽게 대화 과정을 마인드맵, 그림, 글 등으로 남기면 된다”라고 말했다.

김수진 기자 genie87@donga.com
#초등학생#방학숙제#방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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