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증없는 살인범, 모기는 알고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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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북부경찰청 김영삼 검시관 발표
“방안 등 밀폐 공간서 범죄 발생땐 모기 혈흔 분석 DNA 검출 가능”

해안에서 목 졸려 숨진 젊은 여성 시신이 발견됐다. 수사에 나선 경찰은 유력한 용의자를 붙잡았다. 결정적 증거가 없어 고심하던 형사는 용의자의 방 안에서 모기 한 마리를 발견했다. 모기 내장 속 혈액에서 숨진 여성의 유전자(DNA)가 검출됐다. 2005년 이탈리아 경찰은 그 여성을 만난 적도 없다던 용의자를 1급 살인죄로 구속했다.

한국 경찰도 여름철 불청객 모기를 범죄 해결사로 활용한다. 김영삼 경기북부지방경찰청 과학수사계 검시조사관(47)은 ‘흡혈 모기로부터 분리한 인간 유전자형 분석’ 연구 결과를 최근 발표했다. 김 검시관은 2008년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검시관 교관으로 일하며 범죄 현장의 모기에게 관심을 가졌다. 범죄가 지능화되면서 현장에서 족적, 지문, 유전자 등의 증거를 찾기가 어려워지는 가운데 모기는 기후변화와 난방 시설의 발달로 집이나 야외에서 사계절 내내 볼 수 있어 활용도가 높았다. 김 검시관은 “범죄자가 사건 현장의 모기까지 잡고 도망가긴 어렵다”고 말했다.

김 검시관의 연구에 따르면 흡혈한 모기는 현장에서 평균 106.7m 거리에 존재하고 170m 이상은 날아가지 않는다. 또 흡혈한 혈액을 3일가량 위 속에 저장해 야외 텐트나 방 안처럼 밀폐된 공간에서 잡은 모기에게선 용의자의 유전자가 검출될 확률이 높다. 김 검시관은 국과수 실험실과 사건 현장에서 실험까지 마쳤다. 경찰청은 연구 결과를 각 지방경찰청과 공유할 계획이다. 또 모기에 이어 벼룩과 이, 진드기 등 흡혈곤충에 대한 연구도 확대하기로 했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모기#dna#범죄#검출#검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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