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남북]‘잠룡’에서 멀어지는 대구시장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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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권효·대구경북취재본부장
이권효·대구경북취재본부장
내년 대통령 선거와 관련해 ‘잠룡’(대통령을 꿈꾸며 실력을 다지는 예비주자)이 언론에 자주 등장하고 있다. 민선 6기 전반기가 끝나면서 5, 6명의 광역단체장도 잠룡으로 거론된다. 잠룡으로 언급되는 광역단체장들은 지역 발전과 함께 국가의 미래를 위한 비전도 나름대로 제시해 주목을 받는다.

그런데 권영진 대구시장(54)이 잠룡 후보군에 전혀 언급되지 못하는 현실은 우려스럽다. 잠룡의 가치가 이전만 못하다지만 현실적 상징성은 크다. 단체장이든 국회의원이든 지역의 울타리를 넘어 국가 경영을 위한 지도자로서 잠재력을 일정 부분 보여주기 때문이다.

광역단체장이 지역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건 너무나 당연하지만 거기에 머물면 큰 인물이 되기 어렵다. 이런 점에서 권 시장과 대구시가 민선 6기 전반기 성과를 압축해 “오직 대구와 시민만 생각한 2년”이라고 한 것은 매우 좁아 보인다. 광역이든 기초든 전국의 단체장 가운데 해당 지역을 최우선으로 생각하지 않는 경우가 있겠는가. 대구시장이 ‘오직’ 대구만 생각한다면 잠룡과 멀어진다.

대구시민들은 대구시가 추진하는 많은 정책을 자세히 알기 어렵고 구태여 알 필요도 없다. 그렇지만 대구시를 책임진 시장이 동네 수준인지 전국적인 지명도를 갖는지에 대해서는 큰 관심을 가질 수 있다. 대구시장이 잠룡으로 입에 오르내리면 시민들도 상당한 자부심을 가질 수 있다. 지역 경쟁력 차원에서 매우 중요한 측면이다.

대구 출신 국회의원으로는 유승민, 김부겸 의원이 잠룡으로 언급된다. 하지만 두 의원의 당내 입지가 좁은 데다 중량감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다. 두 의원이 국가적 차원의 지도자로 성장하려면 복잡한 사회적 문제들에 대해 깊은 내공을 증명해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내년 대선은 특히 대구의 정치적 위상에 중대한 변수가 될 것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에서 박근혜 대통령으로 오랫동안 이어진 대구의 정치적 연결고리가 사실상 끝나기 때문이다.

대구시를 책임진 권영진 시장은 이런 복잡한 상황을 직시하면서 리더십이 좁게 갇히고 있는 건 아닌지 냉철하게 돌아보며 극복하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남은 임기에도 오직 대구의 이익만 생각하겠다”는 그의 태도가 오히려 대구를 ‘섬’처럼 만들지 않을까 걱정스럽기 때문이다.
 
이권효·대구경북취재본부장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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