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이랑의 진로탐험]뇌 연구해 인류를 밝히는 ‘뇌과학자’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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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션 박초희 기자 choky@donga.com
일러스트레이션 박초희 기자 choky@donga.com
질량 1.4kg. 이곳은 몸 전체의 불과 2%에 해당하지만, 신체 에너지의 20%를 사용합니다. 우리 신체 중 3세까지 가장 극적인 성장을 이루면서, 기능이 마비되는 순간 죽음으로 판단할 만큼 인체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곳이죠.

많은 사람이 우주를 인류가 정복할 마지막 개척지라고 이야기하지만, 사실 주요 선진국에서는 이곳을 현대 과학의 마지막 영역이라 여기며 연구에 집중적인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인류의 건강하고 편리한 삶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곳이 얼마나 중요한지, 우리 몸도 몇 겹의 보호 장치를 두고 있습니다. 두개골과 두피, 머리카락은 물론이고 뇌 척수액에 둘러싸여 상당히 안전하게 보호됩니다. 자, 이제 이곳이 어딘지 다들 알아챘나요? 바로 인간의 근육과 심장, 소화기관 등 모든 기관의 기능을 조절하고 인간의 복잡한 정신활동을 담당하는 ‘뇌’입니다.

최근 들어 뇌 연구가 더욱 급속히 발전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뇌 손상으로 인한 장애를 치료하기 위한 연구가 주를 이뤘지만 요즘은 인공지능 연구 등 뇌의 기능을 응용한 다른 학문과의 융합 연구가 활발합니다.

대표적인 학문인 ‘뇌과학’은 뇌의 신비를 밝혀내 인간의 물리적, 정신적 기능을 심층적으로 탐구합니다. 즉, 뇌가 가진 우수한 정보처리 원리를 밝혀내고 이를 응용해 인간의 두뇌와 유사한 지능형 로봇을 개발한다든지, 특정 소프트웨어 개발에 적용하는 것이죠. 이런 연구를 하는 뇌과학자들은 의학, 생물, 물리, 화학, 수학, 심리, 교육, 컴퓨터, 인지과학 등의 학문적 배경을 토대로 뇌의 기능을 찾아내 각 분야에 응용합니다.

뇌의 기능 원리를 이해하는 것과 인류의 건강한 삶은 과연 어떤 관련이 있을까요. 얼마 전 우울증과 자살 시도에 대한 관계를 밝힌 연구 결과가 소개된 적이 있었습니다. 뇌 영상 분석을 통해 우울증을 앓게 되면 뇌의 기능이 전반적으로 저하되고, 특히 전두엽과 변연계의 기능이 떨어진다는 결과였죠. 여기서 전두엽은 판단, 사고, 계획, 억제 같은 고차원적인 뇌 기능을 하는 곳이고 변연계는 인간의 기본적인 본능과 충동, 섭식(먹는 일), 기억을 관장합니다. 우울증 환자가 자살 생각을 하면 변연계가 활성화되고 우울증으로 전두엽과 변연계의 연결이 줄어들면, 충동적으로 자살을 생각할 수 있다는 겁니다. 이처럼 뇌의 기능과 관계를 분석할 수 있으면 치료법에 대한 명확한 지침을 마련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전두엽과 변연계의 연결성을 강화하는 약물 치료를 통해 충동을 자제하고 이성적으로 판단할 수 있게 유도하면 소중한 생명을 살릴 수 있게 되는 거죠.

아직은 뇌 기능 분석에 대한 역사가 길지 않기 때문에 앞으로도 활발한 연구가 기대됩니다. 논리력과 수리력에 강점이 있고 인공지능, 로봇, 정보처리, 인지심리에 관심 있는 친구들, 뇌의 질환과 치료를 공부해 보고 싶은 친구들이라면 이 분야를 미래의 진로 영역으로 생각해 보는 건 어떨까요.
 
이랑 한국고용정보원 전임연구원
#뇌과학자#뇌연구#뇌기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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