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 100] 영화나 게임 한편만 잘 만들어도 수백~수천억 벌어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16일 14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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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대 디지털콘텐츠학부, 창의적인 디지털 콘텐츠 전문인력 양성한다

동서대 디지털콘텐츠학부가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국제게임전시회 ‘지스타(G-STAR) 2015’ 전시장에 부스를 마련해 졸업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동서대 디지털콘텐츠학부가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국제게임전시회 ‘지스타(G-STAR) 2015’ 전시장에 부스를 마련해 졸업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미국 영화 ‘캡틴 아메리카:시빌 워’에서 보듯 영화나 게임 한 편만 잘 만들어도 여러 나라에 수출해 수백억~수천억 원을 벌어들일 수 있다. 이처럼 디지털콘텐츠산업이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21세기 유망 산업으로 떠오르자 선진국들은 앞 다퉈 이 분야를 육성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디지털콘텐츠산업을 10대 신(新)동력 성장산업의 하나로 선정하고 집중적인 투자와 인력 양성 계획을 내놓았다.

디지털 콘텐츠는 기존 아날로그 콘텐츠를 디지털로 만든 것이다. 문자, 음성, 이미지, 영상 같은 콘텐츠를 디지털 형식으로 제작 또는 가공한 뒤 인터넷, 모바일, 방송, 디지털 저장매체 등을 통해 유통한다. 여러 형태의 정보기술(IT)을 이용한 거래와 서비스를 통해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자산이라고 할 수 있다.

디지털 콘텐츠는 창의력을 바탕으로 정보기술 같은 첨단기술을 활용해 만든다.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을 컴퓨터를 통해 구현해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목적하는 디지털 영상을 관객에게 보여준다. 디지털 콘텐츠를 개발할 때 가장 중요한 요소로 콘텐츠, 디자인, 기술을 꼽는다. 디지털 콘텐츠가 소비자의 관심을 끌려면 이 3가지 구성 요소를 적절히 배합해 사용자의 특성을 잘 반영한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 또 콘텐츠의 내용에 적합한 기술로 실행 속도와 검색 속도를 더 빠르게 하는 동시에 새로운 영상기술로 디지털 콘텐츠의 표현 수준을 높여야 한다.

동서대 디지털콘텐츠학부는 문화, 예술, 사회, 철학 등 사회 전반의 콘텐츠를 디지털과 멀티미디어로 재창조하는 능력과 시각을 키워 기획, 제작, 마케팅까지 다룰 수 있는 창의적인 디지털 콘텐츠 전문인력 양성을 목표로 2004년 설립됐다. 디지털 콘텐츠 가운데 게임, 애니메이션, 영화 특수효과 같은 후반작업(포스트 프로덕션)에 필요한 기술을 중심으로 가르치고 있다. 2015년 산업계 관점 대학 평가에서 게임 분야 최우수 대학으로 선정됐다.

“대학 진학을 앞두고 적성에 대해 고민하는 학생들이 많습니다. 게임, 애니메이션, 영화를 좋아한다면 일단 디지털콘텐츠학부에 적합한 적성을 갖췄다고 생각합니다.”

동서대 디지털콘텐츠학부장을 맡고 있는 최철영 교수는 “관심이 곧 적성”이라며 “예를 들어 학생의 취미가 영화 관람이라면 우리 학부에서 디지털 콘텐츠를 즐겁게 배울 소질이 있는 것으로 봐도 된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26부작 TV 시리즈 애니메이션 ‘도기 파라다이스’, 애니메이션 영화 ‘Heavenly Sword’, ‘찰리와 초콜렛 공장’ 등을 만든 스타 애니메이션 제작자이자 캐릭터 애니메이션 권위자로 미국 애니메이션 명문인 AAU(Academy of Art University)에서 컴퓨터 아트를 전공했다.

관람객이 동서대 디지털콘텐츠학부 졸업작품전시장을 찾아 가상현실(VR) 게임을 체험하고 있다.
관람객이 동서대 디지털콘텐츠학부 졸업작품전시장을 찾아 가상현실(VR) 게임을 체험하고 있다.

동서대 디지털콘텐츠학부는 2015년 게임, 애니메이션, 영상으로 나뉘어 있던 3개 전공을 폐지했다. 대신 게임테크놀러지, 게임아트, 3D 애니메이션, 비주얼이펙트 등 사회 수요가 많은 직무 중심의 4개 트랙을 갖춘 통합 학부 체제로 재편했다.

전공 시스템에서는 학생이 전공별 경계를 넘어 원하는 과목을 수강하면 타(他) 전공 수업을 받은 것으로 돼 학점이나 실습 등에서 불이익을 받는 경우가 적지 않다. 통합 학부의 트랙 체제에서는 그래픽하는 학생이 프로그래밍을, 프로그래밍 하는 학생이 그래픽을 아무런 제한이나 불이익 없이 배울 수 있다.

CK-Ⅰ영상콘텐츠사업단장을 맡고 있는 윤태수 교수(임권택영화영상예술대 부학장)는 “게임, 애니메이션, 영화 산업이 요구하는 직능별 역량의 구분이 점차 없어지고 있다”며 “이런 환경 변화로 전공별 교육보다 융합교육의 필요성이 커져 전공을 없앴다”고 말했다.

디지털콘텐츠학부의 4개 트랙 가운데 게임테크놀로지 트랙은 게임산업을 이끌어갈 게임 기획자와 게임 프로그래머 양성에 교육의 주안점을 두고 있다. 학생들이 글로벌게임제작경진대회 대상, 부산디지털콘텐츠공모전 대상, 창작콘텐츠공모전 대상 등 각종 공모전에서 대상을 휩쓸 만큼 뛰어난 성과를 내고 있다.

게임아트 트랙은 게임, 애니메이션, 영화의 사전 제작 단계인 컨셉아트, 캐릭터 디자인, 디지털 페인팅, 컴퓨터 그래픽(CG) 모델링, 텍스처 등을 가르친다. 쉽게 말하면 게임 속에 존재하는 가상의 캐릭터와 가상의 세계를 만들어 내는 창의적이고 상상력 있는 인력을 기르는 것이다.

3D 애니메이션 트랙은 캐릭터 애니메이팅 및 리깅, 모션 캡처 등 게임, 애니메이션, 영화에 등장하는 디지털 액터(Digital Actor)를 다룬다. 순수 창작은 물론 TV 방영이나 영화 배급이 확정된 프로젝트에 학생을 참여시켜 애니메이션 제작 인력을 양성한다. 2014년 취업률 100%를 기록했을 만큼 졸업생의 인기가 높다.

비주얼이펙트 트랙은 영화, 애니메이션, TV 광고(CF) 등의 편집, 합성, 시뮬레이션 같은 특수효과, 컴퓨터 그래픽, 디지털 사운드 작업을 통해 영상물을 최종적으로 완성하는 전문인력을 기르는 교육 과정이다. 이런 후반 제작 과정을 체계적으로 가르치는 것은 동서대가 유일하다.

최철영 동서대 디지털콘텐츠학부장이 학생들이 만든 게임과 애니메이션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최철영 동서대 디지털콘텐츠학부장이 학생들이 만든 게임과 애니메이션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학생은 입학할 때 4개 트랙 중에서 배우고 싶은 트랙을 선택한다. 입학 후 배우는 내용이 어렵다고 느끼거나 자신이 생각했던 것과 다르다는 이유로 전과를 고민하는 학생도 있다. 디지털 콘텐츠를 만드는 것은 연필과 종이만 있으면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많은 소프트웨어, 즉 프로그램을 배워야 하고, 공학적인 지식과 디자인 능력도 갖춰야 한다. 이런 지식과 능력을 기초로 갖춰야 비로소 창의적인 게임, 애니메이션, 영화를 만드는 작품 활동을 할 수 있다. 그래서 트랙은 3학년 2학기까지 매 학기마다 바꿀 수 있다. 단, 4학년 때는 졸업 작품을 만들어야 돼 트랙 변경을 허용하지 않는다. 기술과 예술 분야 실력이 부족한 학생은 전문가 2명이 상주하는 툴교육센터에서 보충교육을 받을 수 있다.

디지털콘텐츠학부는 디지털 콘텐츠 관련 기업들이 실무능력을 중시하는 점을 감안해 기존 교과와 설비 등을 혁신했다. 재학 중에 기업과 프로젝트를 함께 하면서 실무 경험을 쌓도록 교과 과정을 구성해 졸업 후 재교육 없이 산업 현장에 바로 투입할 수 있는 인재로 키우고 있다. 학생은 졸업 때까지 대개 3, 4개 프로젝트에 참여한다.

디지털콘텐츠학부는 강의실과 실습실 외에 1500평 규모의 연구실, 시사실, 전시실, 모션캡처제작실, 영화촬영스튜디오, 사운드제작실 등 영상 콘텐츠 연구 및 기술 개발을 위한 첨단 설비를 갖추고 있다. 학생은 이곳에서 게임, 애니메이션, 영화 후반 제작의 모든 공정을 경험할 수 있다.

기업 관계자가 대학에서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학생을 지도하는 클래스 셀링 산학교과를 2015년 개설했다. 영화후반업체 2L의 직원 2명이 대학에 상주하면서 ‘오피스’, ‘손님’, ‘쓰리 썸머 나잇’ 등 영화 3편의 합성과 편집 작업을 했다. 이 과정에 학생 20여 명이 참여해 실무를 배웠다.

동서대 디지털콘텐츠학부 학생들이 만든 다양한 게임, 애니메이션 캐릭터가 교내 복도 한 쪽에 그려져 있다.
동서대 디지털콘텐츠학부 학생들이 만든 다양한 게임, 애니메이션 캐릭터가 교내 복도 한 쪽에 그려져 있다.

디지털콘텐츠학부 교수는 30명으로 모두 현장 경험이 있다. 특히 12명은 디즈니, 소니, 락스타게임즈 등 해외 유명 영상콘텐츠업체 출신이다. 각 교수는 입체 촬영, 프로듀싱, 예비 창업 등 1인 1연구회를 개설해 비교과 영역의 전문 기술과 지식을 학생에게 전수하고 있다.

김형진 씨(게임아트 트랙 3학년)는 2학년 때 최동혁 교수가 이끄는 연구회에 들어가 애니메이션 제작 실무를 익히는 등 해외 취업 준비를 하고 있다. 3학년 2학기 때는 기업이 상업용으로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산학협력 프로그램에 참여할 예정이다. 그는 “우리 학부에는 ‘학생 천국, 교수 지옥’이라는 말이 있다”며 “그만큼 교수님들이 학생과 늘 함께하면서 소통하고 첨단 기술도 쉽게 가르쳐 준다”고 말했다.

졸업생은 게임, 애니메이션, 영화, 광고회사에 주로 취업한다. 최근 3년간 평균 취업률은 72%였다. 2013년에는 시각특수효과, 2014년에는 게임, 2015년에는 애니메이션 분야 취업률이 높았다.

2016학년도 모집 정원은 140명이었다. 100명을 뽑은 수시 경쟁률은 5.87 대 1, 40명을 선발한 정시 경쟁률은 3.95 대 1. 수능 평균 등급(최종 등록자 기준)은 4.3등급이었다. 2015년 장학금 지급 총액은 21억5058만 원. 학생 457명이 1인당 평균 471만 원을 받은 셈이다.

부산=김상철 동아일보 콘텐츠기획본부 전문기자 sckim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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