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진도 노인학대 무관심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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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밀한 폭력 노인학대]“의무신고자인줄 몰랐다” 51%
학대? 노화탓? 판별도 어려워
“교육기회 있으면 참여” 96%

노인학대를 최일선에서 감시해야 할 의료인이 신고의무자의 역할을 제대로 못 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014 노인학대 현황보고서(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의료인, 노인복지시설 종사자 등 신고의무자(8개 직군)에 의한 신고는 20.1%에 불과하다. 특히 의료인에 의한 신고는 전체의 1.2%에 머물고 있다. 대한노인병학회가 지난달 28, 29일 개최한 제57차 춘계학술대회에서 ‘노인학대 현황과 의료인의 역할’을 주제로 삼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유승호 건국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노인은 만성질환이 많기 때문에 질병과 노화에 따른 흔적인지, 아니면 학대에 의한 것인지 판단하기 쉽지 않다”며 “의료인 역시 노인학대에 대한 인식이 낮고 관련 교육을 받은 적이 없어 대응 방법을 잘 모른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번 의료인 대상 설문조사에서도 절반 이상(51%)의 응답자가 ‘의료인이 노인학대 의무신고자’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노인학대 미신고 시 과태료 부과 등 처벌조항을 알고 있나”라는 질문에는 “몰랐다”는 응답이 84%나 됐다. 대학이나 이후의 교육과정을 통해 “노인학대 교육을 받은 적이 있나”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한 비율은 10%에 불과했다.

유 교수는 “노인학대가 지속되면 피해자의 의료 서비스 이용이 제한되고, 만성질환 및 합병증이 증가하며, 영양 결핍과 탈수 증상 등이 더해져 사망률이 3배 이상 증가한다”며 “의료인은 신고의무자이자 치료자이기 때문에 교육을 통해 학대에 대한 인식 및 대응법을 숙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인학대 교육으로 볼 수 있는 학술대회 이후 이뤄진 이번 설문조사 결과만 봐도 교육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의료인을 위한 노인학대 교육이 필요하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97%가 “필요하다”고 했고, “앞으로 노인학대 교육이 있으면 참여하겠다”는 답변도 96%나 됐다.

장학철 대한노인병학회 이사장은 “고령화와 핵가족화, 치매를 비롯한 노인병의 급증으로 노인학대는 증가할 수밖에 없다”며 “의료인이 이 문제에 적극 개입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추후 학회는 노인학대에 대한 의료적 대처에 대한 교육 등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
#노인학대#의료인#신고#학대#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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