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학종 大入설명회 접수 1분만에 마감… 학부모, 장바구니 깔고 앉아 귀 쫑긋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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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보다 더 몰려 통로까지 빼곡… “수상 스펙보다 전공 적합성 중요”
사례 비교에 탄성… 꼼꼼 메모

자리가 없다는 것을 깨달은 엄마들은 바닥에 앉는 것도 주저하지 않았다. 4일 동국대 중강당에서 열린 서울진로진학상담교사협의회 주관
 ‘학생부종합전형 설명회’에는 신청자(500명)보다 100명이 더 몰려 엄마들이 통로 바닥에까지 앉았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자리가 없다는 것을 깨달은 엄마들은 바닥에 앉는 것도 주저하지 않았다. 4일 동국대 중강당에서 열린 서울진로진학상담교사협의회 주관 ‘학생부종합전형 설명회’에는 신청자(500명)보다 100명이 더 몰려 엄마들이 통로 바닥에까지 앉았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차가운 바닥도 엄마의 간절함을 막지는 못했다. 머리가 희끗희끗한 엄마들은 가방에서 조그마한 장바구니를 꺼내 바닥 위에 깔고 앉았다. 4시간 동안 엉덩이가 차가울 것이라는 생각보다는 빨리 하나라도 더 설명을 들어야 한다는 마음이 더 컸다. 갖고 온 노트 한 장을 찢어 깔고 앉은 엄마, 바깥에서 주워온 종이상자를 포개 앉은 엄마도 있었다.

4일 오후 2시, 서울진로진학상담교사협의회 주관 ‘학생부종합전형! 바로 알고 미리 준비하기’ 설명회가 열린 동국대 중강당에는 신청자(500명)보다 100여 명이나 더 몰린 학부모들이 계단형 통로 바닥까지 빼곡히 메웠다. 협의회 측이 사전 신청을 받자마자 1분 만에 정원이 모두 마감됐다. 대학입시에서 점점 비중이 커지는 학생부종합전형에 대한 관심이 반영된 것.

학부모들은 열심히 펜을 움직였다. 합격 사례가 나올 때마다 휴대전화 카메라를 들고 연신 찍었다. 학생부종합전형은 학교생활기록부의 교과 영역(내신)뿐 아니라 비교과 영역(수상 경력, 창의적 체험활동)을 종합해 선발하는 방식. 단순히 내신 점수가 좋고 비교과 스펙이 좋다고 합격하는 게 아니므로 다양한 사례를 아는 게 도움이 된다.

스펙과 합격이 반드시 비례하지 않는 사례가 나올 때마다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와” 하는 탄성과 “미치겠다”는 탄식이 오갔다. 오장원 회장(단대부고 진로진학상담부장)은 고려대 수시 융합인재전형에 원서를 낸 같은 학교 두 학생의 사례를 보여줬다. 기계공학과에 지원한 A 군은 3학년 1학기까지 평균 내신이 1.68등급에 석차는 314명 중 11등. 신소재공학과에 지원한 B 군은 1.75등급에 14등이다. 그러나 B 군은 3학년 1학기에 A 군과 달리 기하와 벡터, 확률과 통계, 생명과학2 과목을 모두 1등급을 받았다. B 군은 과학탐구대회 과학발명품대회 등 수상 경력이 다수 있고, 화학탐구 동아리를 했다. A 군은 동아리 봉사 진로활동을 모두 의사와 관련된 것을 했다. 합격한 건 B 군이었다.

오 회장은 “학생부종합전형은 학생부의 ‘숫자’(내신 등급, 수상 횟수 등)가 아니라 전공 분야에 관심이 많은지에 대한 ‘글자’를 본다”며 “학생부를 통해 대학이 왜 나를 뽑아야 하는지 설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설명을 듣던 학부모 이모 씨(50·여)는 “꼭 스펙이 좋아야 합격하는 게 아니라니 희망적이지만, 고3인 아들이 학생부종합전형을 준비하기엔 늦은 게 아닌가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협의회는 학생부종합전형이 결국 ‘교사들의 변화’를 필요로 한다고 지적했다. 이진청 원묵고 진로진학상담교사는 “교사들이 수업을 단순 강의식이 아니라 토론 발표 과제연구 등으로 바꾸고 여기서 학생이 어떻게 참여했는지를 기록하면 학생부에 쓸 게 많다”며 “교사들이 힘들어지는 게 사실이지만 이것이 사교육을 줄이고 공교육을 혁신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협의회는 7월 23일에는 수시 학생부종합전형 대비 ‘만점 자기소개서 작성법’ 강연을 서울 숭실대에서 진행할 예정이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대입설명회#수상#스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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