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기 힘든 여성임원… 그 많던 알파걸들 집으로?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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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출!인구절벽/2부]30대그룹 계열사 74% 女임원 ‘0’
유리천장 막혀 고위직 진출 급감

“공채 출신 첫 여성 임원을 배출했다.” “첫 여성 지검장이 탄생했다.”

각각 지난해 12월과 2월 현대자동차그룹과법무부가 인사 관련 보도자료에서 밝힌 내용이다. 좋은 뉴스 같지만 한편으로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내부에 뛰어난 여성이 얼마나 많은데 이제야 여성이 높은 자리에 오른 걸까.

초중고교와 대학 졸업 성적, 국가고시 점수가 남성보다 뛰어나다며 ‘알파걸’ 이야기를 듣는여성들은 취업 뒤 시간이 지날수록 사라진다.

국내 30대 그룹 계열사 10곳 중 7곳에 여성임원이 한 명도 없다. 기업 경영성과 평가 사이트 CEO스코어가 지난해 1분기 말 기준 국내 30대 그룹 계열사 284곳의 여성 임원(오너 포함)을 조사했더니 210곳(73.9%)에서 여성 임원이 아예 없었다.

공기업도 심각하다. CEO스코어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 공기업 30곳의 임원 148명 중 여성은 2명(1.3%)뿐이었다.

한국의 유리천장 지수는 세계적으로 꼴찌다. 영국 이코노미스트가 3월 발표한 국가별 유리천장 지수에서 한국은 25점을 받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9개국(평균 56점) 중 최하위였다. 유리천장 지수는 여성이 임금이나 승진 등 직장 내에서 겪는 차별 지수다. 한국의 여성 고위직 비율은 전체의 11.0%, 사내 여성 이사진 비율은 2.1%, 의회 내 여성 비율은 16.3%로 OECD 평균(각각30.8%, 18.5%, 28.1%)에 비해 형편없었다.

양성평등이 정착될 때까지 고위직 여성을 만들기 위한 쿼터를 두는 게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유럽에서는 2008년 노르웨이를 시작으로 여성 임원 할당제를 도입하고 있다. 독일도 올해 상장기업 이사회의 30%를 여성으로 채우게했다. 일본은 2020년까지 여성 관리직 비율을높이려고 여성활약추진법을 제정했다.

여성들이 사회생활에 더 치열하게 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한 대기업 인사 담당자는 “여전히 일부 여자 신입사원들은 영업이나 현장 관리 등 상대적으로 고된 분야를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스스로 여자라는 이유로 험한 분야를 기피하는 것을 합리화할 경우 연차가 쌓일수록 운신의 폭이 좁아지고 인사 관리에서 낙오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말했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여성임원#알파걸#그룹#임원#유리천장#성차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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