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생각하십니까]‘강남역 화장실 살인’으로 본 조현병 환자 관리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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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원치료 강화” vs “인권침해 우려”

‘여성 혐오’ 논란을 불러일으킨 강남역 살인 사건에 대해 경찰이 “조현병(정신분열증) 환자의 전형적인 ‘묻지 마’ 범죄”라고 밝히면서 조현병 환자 관리가 비판의 도마에 올랐다. 중증 정신질환자의 입원 치료 등을 더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지만, 환자의 인권 침해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게 거세다.

이번 사건의 피의자 김모 씨(34)가 겪고 있는 조현병은 현실에 대한 왜곡된 지각, 비정상적 정서 체험, 망상과 환청 같은 증세를 보인다. 환자들은 충동 조절에 어려움을 겪고 갑작스러운 분노 폭발, 난폭하고 공격적인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조현병 진료 인원은 2010년 약 9만4000명에서 2014년 약 10만4000명으로 10.6% 증가했다. 발생 자체가 증가했다기보다 정신질환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면서 병원을 찾아 치료받는 인원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수치는 병원을 찾아 치료를 받은 환자 수여서 실제 환자 수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인구의 1% 정도가 조현병 환자라는 의학계의 분석 결과로 따지면 국내 환자는 50만 명에 이른다는 추산이 나온다.

누리꾼들은 “조현병 환자의 관리를 더 엄격하게 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한 누리꾼은 “정신병 환자들이 언제 갑자기 칼부림을 할지 누가 아느냐”며 “이런 사람들이 거리를 그냥 활보하게 놔둬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신질환이라면서 약도 제대로 안 먹고 범죄 저지른 것이니 환자라는 이유로 책임을 피하도록 놔둬서는 안 된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그러나 최근 정신보건법 개정으로 조현병을 비롯한 정신질환자의 강제입원 절차는 까다로워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기존에는 정신과 의사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강제 입원이 가능했지만 앞으로는 해당 병원 외에 제3의료기관의 정신과 전문의까지 동의해야 한다. 정신질환자의 인권 침해를 막기 위해 입원의 적합성 심사 기간을 기존 6개월에서 3개월로 줄인 것도 강제 입원 기간을 줄이는 결과로 이어질 소지가 있다.

고려대 안산병원의 한창수 교수(정신건강의학과)는 “최근 정신보건법 개정으로 중증 정신질환자의 경우에도 곧바로 입원시키기가 어려워진 게 사실”이라며 “정부와 전문가들이 잘 의논해서 현실적이고 안전한 시행안을 내놓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소수의 극단적 사례를 일반화해서는 안 된다”는 반론도 나온다. 정신질환자들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결과적으로 정신질환 환자들의 치료를 더 어렵게 한다는 지적이다. 조현병 환자 중 10∼20%는 약물치료로 상태가 크게 좋아지고, 20∼30%는 어느 정도의 정상적인 삶 유지가 가능하다. 당뇨 같은 만성질환자처럼 조현병 환자들도 약을 꾸준히 복용하면 일상생활에 문제가 없다는 것.

보건복지부 차전경 정신건강정책과장은 “치료받으면서 정상적으로 생활하는 환자도 많은데 근거 없는 ‘낙인’ 때문에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외부의 시선을 의식해 아예 병을 숨기거나 치료를 중단할 경우 더 큰 사회적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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