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교직원 퍼주기’ 하려고 서울대 법인화했는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19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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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가 2011년 국립대에서 법인화된 뒤 공기업 뺨치는 방만 경영을 해온 것이 감사원의 감사 결과 드러났다. 사기를 높인다며 교원들에게 ‘교육연구장려금’으로 1인당 1000만 원, 직원들에게는 복지비로 1인당 평균 500만 원을 지급하면서 242억 원을 썼다. 법적 근거도 없는 초과근무수당 60억 원과 자녀학비수당 18억 원을 노사 합의로 추가 지급하는가 하면 2013년 교육부가 폐지한 교육지원비를 계속 지급하고 작년엔 아예 기본급에 넣었다.

지성의 상징으로 통하는 서울대 교수들의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도 속속 드러났다. 교수 6명이 총장 허가 없이 기업의 사외이사를 겸직했지만 대학은 이를 파악하지 못했다. 한 교수는 겸직허가 신청이 반려됐는데도 겸직을 맡아 1억8080만 원을 챙겼고 다른 교수는 신청조차 하지 않고 벤처기업 대표이사를 맡아 3524만 원의 급여를 받았다. 직무와 관련된 연구 내용을 개인 명의로 특허출원한 교수도 있다.

교육부가 해마다 출연금을 확대해 2012년 3409억 원에서 2015년 4373억 원까지 늘어났지만 회계 관리는 엉망이었다. 의과대학 등 13개 단과대학은 학칙을 어기고 부학장 25명을 추가 임명해 월 최대 100만 원의 보직수당을 지급했다. 28개 소속 기관은 자체 수입 중 308억 원의 세입 처리를 누락하고 4개 기관은 이 중 134억 원을 운영비로 썼다. 이번에 감사원 감사에서 덜미가 잡히지 않았으면 서울대는 국민 세금으로 방만 경영을 계속했을 것이다. 교육부가 관리감독 책임을 다하지 못한 탓도 크다.

서울대 법인화 취지는 인사와 재정에 자율성을 줄 테니 세계적 명문대로 도약할 수 있도록 경쟁력을 높이라는 취지였다. 최근 영국의 교육전문지(THE)가 발표한 ‘세계대학 평판순위’에서 서울대는 45위로 일본 도쿄대 12위, 중국 칭화대 18위에 비해 크게 뒤진다. 자율권을 남용해 나눠 먹기식 경영을 했으니 경쟁력이 오를 리 없다. 주먹구구식 운영에 대한 내부통제시스템을 강화하고 교수의 윤리의식을 재점검함으로써 명실공히 선두 대학에 걸맞은 책무를 다해야 할 것이다.
#서울대#방만 경영#서울대 법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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