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 매설관 위험 상존하는 울산공단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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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독가스 배관 422km 위치 몰라… 상하수도 공사중 배관 파손 빈번
가스 누출로 대형 참사 이어질뻔

울산석유화학공단으로 연결된 지하 배관 가운데 422km는 정확한 매설 위치가 파악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배관은 대부분 유독가스 이송용이다. 이 때문에 상하수도 등 지하 공사 도중 파악되지 않은 배관을 파손해 대형 참사로 이어질 뻔한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지난달 1일 오전 8시 46분경 울산 울주군 온산공단 안 일진에너지 앞 간선도로. 경찰이 이 도로를 전면 차단했다. 배관을 설치하기 위해 굴착 공사를 하면서 기존 매설 질소가스 배관을 파손해 가스를 누출시켰기 때문이다. 2시간 40분 만에 메인밸브를 차단해 가스 누출은 중단됐지만 그동안 질소 6만여 m³가 누출됐다. 자칫하면 대형 사고로 이어질 뻔한 사고였다.

경찰과 소방당국 조사 결과 사고가 난 질소배관은 지하매설물 통합정보시스템(GIS) 등록 도면과 다른 곳에 매설된 것으로 드러났다. GIS 도면에 의존해 지하 굴착 공사를 하다 질소가스 배관을 파손한 것이다. 이 사고로 온산공단 안 9개 업체는 질소가스를 제때 공급받지 못해 200여억 원의 매출 손실을 입었다. 지난해 10월에도 울산석유화학공단 안 태광산업 지하 배관에서 이와 유사한 사고로 수소가스가 누출되기도 했다.

이 같은 지하 매설 배관에서의 가스 누출 사고는 앞으로도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소방당국은 우려하고 있다. GIS 도면이 실제 매설관 위치와 다르거나 아예 매설 배관의 위치가 누락된 것도 많기 때문이다. 울산소방본부에 따르면 울산공단 지하에 매설된 배관은 총연장 1만1394km. 이 가운데 불소 질소 등 가스 관로만 2129km다. 화학 관로는 527km, 송유 관로는 165km 등이다. 전국의 석유화학공단에서 지하 배관 파손에 따른 사고가 잇따르자 정부는 2003∼2006년 국비 사업으로 GIS 등록을 추진했다.

또 2009년 이후 매설된 배관은 GIS 등록을 의무화했다. 하지만 GIS 도면에 정확히 기재되지 않거나 아예 누락된 것도 많다. 울산소방본부가 파악하고 있는 GIS에 기재되지 않은 ‘누락 배관’은 전체 지하 매설 배관의 3.7%인 총 422km에 이른다.

소방본부 관계자는 “지하 매설 배관의 설치 허가는 구군에서 하고 있지만 이를 소방본부에 사전에 통보하지 않고 사고가 발생하면 신고한다”며 “석유화학공단 안의 지하 굴착 공사 허가 건은 즉시 관할 소방서에 통보해 주고 구군과 소방서 직원이 현장에서 굴착 공사를 관리 감독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2014년 8월 대만 가오슝(高雄)에서는 도심의 모노레일 공사 도중 지하에 매설된 프로필렌 이송 배관이 파손돼 연쇄 폭발이 일어나면서 32명이 사망하고 321명이 부상을 입기도 했다.

한편 정부는 올해 말까지 20억 원을 들여 울산과 전남 여수 등 석유화학공단이 있는 지역의 ‘누락 배관’에 대해 GIS 도면 등록을 추진한다.
 
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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