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의 門 활짝 연 70, 80대… 작년 ‘아너 소사이어티’ 41명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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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은 어버이날]2009년 0명서 해마다 늘어

“아버지가 기부를 하고 싶어 하시는데, 어떻게 하면 되나요?”

최근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는 이런 내용의 문의 전화 한 통이 걸려 왔다. 담당자가 절차와 내용 안내를 위해 문의자의 집을 찾아갔을 때 요란한 사이렌 소리와 함께 앰뷸런스가 도착했다. 92세인 고령의 기부자 건강이 갑자기 악화됐던 것. 갑작스러운 병원 이송으로 기부 논의는 무산되는 듯했다.

며칠 뒤 기력을 회복한 기부자가 병원에서 다시 “만나자”는 연락을 해왔다. 1억 원을 기부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힌 이 환자는 주영운 행원문화재단 이사장. 그는 입원실에서 기부 증서에 서명했다.

고령화 추세와 함께 기부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면서 주 이사장 같은 고령의 기부자가 늘어나는 추세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1억 원 이상 기부하면 가입하게 되는 ‘아너 소사이어티’의 기부자 중 70, 80대가 지난해 41명이었다. 2009년까지는 한 명도 없었으나 2011년 6명, 2012년 7명에서 2013년 30명, 2014년 27명 등 꾸준히 늘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심정미 부장은 “기부 의사를 갖고 있으면서도 모금회 활동을 한동안 지켜만 보고 있던 어르신들이 인생의 황혼기에 좋은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문을 두드리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말에는 한 여성이 아버지(77)의 기부 의사를 전달하면서 “위독하신 상태이니 서둘러 달라”고 요청했다. 모금회 측이 부랴부랴 가입 인증패를 만들었지만, 기부자는 인증패 전달을 하루 앞두고 사망했다. 모금회와 유족은 영정 옆에 아너소사이어티 인증패를 놓으며 그 뜻을 기렸다.

‘100세 인생’을 눈앞에 두면서 한 번에 완납하는 대신 장기 약정 형식으로 기부하는 고령층도 생겨나고 있다. 지난해 12월 아너소사이어티 회원이 된 이정국 씨(75)는 1억 원을 한꺼번에 낼 필요가 없다는 설명에 가입을 결심한 경우다. 초등학교에 40년간 재직 후 교장으로 은퇴한 그는 우선 주택연금을 모아서 3500만 원을 냈다.

지난해 말 아너소사이어티 1000호로 등록된 기부자도 70대인 대한노인협회의 이심 회장(76)이었다. 그는 “나눔을 통해 사회 발전에 기여하는 시니어로서 모범이 되겠다고 생각해 왔다”며 “이제 노인은 단순한 보호의 대상이 아닌 경험을 통해 공익에 기여하는 자원”이라고 밝혔다.

소액 기부자들 중에서도 고령층은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이혜자 할머니(81)는 지난달 문을 연 넥슨어린이재활병원의 설립 및 운영에 써 달라며 자신의 적금을 정기적으로 기부하고 있다. 이 할머니는 “손주가 장애인이어서 장애 어린이들이 겪는 어려움을 잘 알고 있다”며 “소액이지만 이런 어린이들의 치료에 마지막까지 도움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아너 소사이어티#기부#사회복지공동모금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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