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조영달]장애인 가족으로 산다는 것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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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달 사회부 기자
조영달 사회부 기자
“시민이 시청에 가겠다는데 왜 못 들어가게 막아!”

18일 낮 12시 서울시청 출입문 앞에서 한바탕 소란이 일었다. 파란색 스카프를 머리에 둘러쓴 시위대가 시청 안으로 들어가려 하자 경찰과 청사 방호원들이 막아선 것이다. 고성이 오가고 몸싸움까지 벌어졌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외부에서 시청으로 통하는 모든 출입구가 봉쇄됐다. 서울시 직원과 민원인은 굳게 닫힌 문을 앞에 두고 발만 동동 굴렀다.

시간이 지나면서 예정됐던 회의나 행사, 출장이 지연되고 급기야 취소되는 일까지 벌어졌다. 여기저기서 시위대를 향한 불만의 소리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대치 상황은 3시간 넘게 이어졌다.

이날 시위에 나선 이들은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서울지부와 서울특수학교학부모협의회 회원 등 100여 명. 이들이 갑자기 서울시청에 몰려든 이유는 다음과 같다. 지난해 11월 발달장애인법이 시행되면서 이들은 3월 초 정책 제안을 위해 서울시 정책책임자 면담을 요청했다. 이 법은 국가 및 지자체가 발달장애인의 교육, 직업생활, 주거, 문화·여가 활동을 위한 환경 개선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이들은 발달장애인 생활시설의 신규 유입 차단에 대한 서울시의 대책을 듣고 싶었다. 발달장애인 평생교육센터를 늘리고 운영에 필요한 예산을 서울시가 지원해 줄 것을 요구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한 달이 넘도록 서울시는 자료 수정만 요구하고 면담 일정을 차일피일 미뤘다. 책임자 면담도 거부당했다고 느낀 이들은 참다 참다 결국 직접 시위에 나선 것이다. 19일부터는 1인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정부가 4월 20일을 장애인의 날로 정한 것은 1981년. 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재활 의욕을 높이기 위해서다. 하지만 35년이 지난 현재 장애인의 날을 앞두고 들려오는 소식들은 하나같이 우울하고 절망적이다. 가족이 해체되고 심지어 죽음으로 내몰리는 게 현실이다. 장애인을 바라보는 불편한 시선과 차별도 여전하다. 많은 장애인이 지금도 생활고에 시달리며 절박함을 호소하지만 메아리 없는 공허한 외침이 된 지 오래다. 장애인과 그 가족들에게 장애인의 날은 즐거운 축제이기보다 어쩌면 생계 대책 마련과 차별 철폐를 주장하며 투쟁해야 하는 처지가 더 서러운 날일지도 모른다.

이제라도 정부와 지자체는 장애인 인권 평등, 주거환경 개선, 복지·교육 정책을 적극 발굴하고 사회적 지원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장애인들이 가정에서 벗어나 지역 사회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도 더 늘려야 한다. 3%로 정해진 국가, 지방자치단체의 장애인의무고용 비율도 단계적으로 확대해야 한다. 장애가 차별과 빈곤의 이유가 돼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혹시 장애인의 존재와 그 가족들의 고통을 잠시 잊고 있었던 건 아닌지 묻고 싶다. “이 땅에서 장애인의 가족으로 살아간다는 건 너무 힘들다”는 어느 부모의 말이 아직도 가슴을 찡하게 한다.
 
조영달 사회부 기자 dalsarang@donga.com
#장애인의 날#장애인#전국장애인부모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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