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마약 유통-시신 유기… 범죄 악용 대포車 16만대에 전쟁선포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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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자진신고 유도한뒤 8월부터 수배조치

불법 명의 자동차인 대포차가 최근 시체 유기나 마약 유통 등 강력범죄에 악용되는 사례가 급증하자 경찰청이 올해부터 전국 16만여 대의 과태료 고액·상습 체납 차량을 수배해 일제 단속을 하기로 했다.

대포차로 의심되는 차량이 범죄에 악용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로, 경찰이 대포차의 운전자를 적극적으로 검거해 대포차 시장을 잡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경찰은 1만5841명의 이름으로 등록된 16만2128대의 고액·상습 과태료 체납 차량 가운데 밀린 금액이 많은 차량부터 순차적으로 수배해 단속할 예정이다. 자신의 이름으로 등록하지 않고 운전하는 대포차는 자동차 관리법의 명의 이전 등록 규정을 위반한 차량이다. 이 규정을 어기면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운전자는 현행범으로 체포될 수 있다. 경찰은 올해 5∼7월 대포차 자진 신고 기간을 거쳐 8∼10월 고속도로 휴게소나 대형 주차장 등을 중심으로 집중 단속에 나서기로 했다.

고액 체납 차량은 과태료가 500만 원 이상이다. 고액·상습 체납 차량 대부분은 대포차일 가능성이 높다. 자신의 이름으로 등록된 차가 아니니 교통법규를 위반해도 과태료나 범칙금이 운전자 앞으로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점 때문에 대포차가 각종 범죄의 수단으로 악용되는 경우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지난달 2억 원가량의 빚 독촉에 시달리던 김모 씨(28)가 부산에서 채권자를 살해한 뒤 시신을 토막 내 버릴 때 중고 대포차를 이용했다. 이달 필로폰과 대마초를 광주와 부산, 아산, 인천 등 9개 지역에서 거래하다 검거된 폭력 조직 행동대원 등 일당 13명이 마약을 유통시킬 때 사용한 차량도 대포차로 밝혀졌다. 지난해 11월엔 인천의 한 경찰서에서 공갈 혐의로 조사를 받던 용의자가 도망쳐 나와 도주 수단으로 대포차를 이용했다.

피해 사례는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 특히 사채업자들이 대포차를 악용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사채업자들이 신용불량자들에게 돈을 빌려줄 때 빌려준 돈의 5배 이상에 해당되는 중고차 장기 대여(리스) 계약을 신용불량자 가족 등의 명의로 맺게 한 다음 그 차를 사채업자가 인도받는다. 채무자가 빌린 돈을 갚지 못하면 그 차를 대포차로 쓰는 방식을 취한다. 돈을 빌린 신용불량자뿐 아니라 주변 사람들까지 피해를 볼 수 있다.

경찰이 대포차로 의심되는 고액·상습 체납 차량을 전격 수배키로 한 것은 대포차의 범죄 악용을 막기 위한 방안이다. 대포차로 인한 피해가 늘어나면서 지난해 8월 자동차관리법을 개정해 경찰도 대포차를 수사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했다. 이전에는 검사와 특별사법경찰관에게만 수사 권한이 있었다.

수배 대상인 16만2128대의 과태료 체납액은 전체 누적 체납액 1조672억 원의 19.4%에 달한다. 그뿐만 아니라 이들 차량은 매년 10만 건 이상 추가로 교통법규를 위반하면서 약 50억 원의 과태료를 만들어 내고 있다. 대포차를 실제로 몰고 있는 운전자를 잡지 않으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얘기다. 경찰은 기존의 체납 차량 번호판 영치(떼 가는 것)나 공매(강제 경매 등으로 파는 것) 조치는 계속하기로 했다.

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
#대포차#범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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