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법 “수류탄 제조사가 폭발 사고 책임”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16일 20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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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대 신병훈련 도중에 수류탄 폭발로 사망한 군인의 부모에게 수류탄 제조사가 3억 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고 법원이 판결했다.

부산지법 민사합의11부(박석근 부장판사)는 해병대의 수류탄 투척 신병교육 도중 손에서 수류탄이 터지는 사고로 사망한 A 씨의 부모가 ㈜한화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3억 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16일 밝혔다.

법원에 따르면 A 씨는 2014년 9월 16일 오전 해병대 신병훈련을 받던 중 훈련용으로 쓰이는 ‘경량화 세열 수류탄’ 한 발을 던지기 위해 안전클립과 안전핀을 제거했다. 하지만 오른손으로 수류탄을 던지려던 순간 수류탄은 폭발하고 말았다. 이에 A 씨는 우측손목절단상, 안면부 파편상 등 상해를 당해 해군 포항병원을 거쳐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같은 날 오후 4시 25분 숨졌다. A 씨 부모는 한화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한화 측은 “수류탄은 안전손잡이를 놓지 않으면 절대 폭발할 수 없는 단순 구조로 설계됐다”고 맞섰다. 고인이 수류탄을 잘못 들고 있었던 것 외에는 다른 폭발 원인은 있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국방품질기술원도 이 사고 이후 동종 수류탄의 안전검사 등을 시험했지만 정상적인 상태에서 폭발할 가능성은 없다고 결론 내렸다.

하지만 재판부는 달리 판단했다.

재판부는 “수류탄은 훈련 과정에서 단기간 사용하는 일회성 제품”이라며 “접근 자체가 제한돼 사용자의 입장에서 제품의 결함이나 완성 상태를 알 수가 없는 점과 담당 교관의 증언 등에 비춰 고인이 수류탄을 정상적으로 사용하고 있었지만 수류탄은 객관적 성질, 성능을 갖추지 못한 결함이 있어 이 사고가 발생했다고 보는 것이 맞다”고 밝혔다.

담당 교관은 법정에 증인으로 나와 A 씨가 수류탄의 안전손잡이를 잡고 있었다고 진술했다.
재판부는 또 “제조사가 납품 전 시험검사를 통해 모두 합격판정을 받았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일부 시험이어서 나머지 수류탄 전체가 결함이 없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이 수류탄은 생산 이후 사고 발생일까지 장기간 보관까지 노후화했을 것으로 보이고, 이로 인해 기존에 없던 결함이 새롭게 발생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부산=강성명기자 sm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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