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쯔위’로 불붙은 SNS, 소속사 JYP에 비난의 화살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28일 18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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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훈의 SNS 민심

새해 초부터 인터넷이 달아올랐다. 트와이스라는 걸그룹의 대만 출신 가수 쯔위를 놓고, 중국과 대만에 이어 한국까지 온통 들썩인다. 지난해 11월 한국의 지상파 프로그램 ‘마이리틀텔레비전’에 쯔위가 출연해서 대만의 청천백일기를 흔든 모습이 중국판 SNS인 웨이보를 통해 중국인들에게 뒤늦게 알려지면서 논란이 됐다. ‘하나의 중국을 인정치 않는 분리주의자’라는 비난과 함께 한국 연예기획사와 광고주를 타깃으로 한 불매운동이 삽시간에 번져나갔다.

이달 15일, 쯔위는 공개사과를 했다. 사과 당일까지 이웃집 불구경하듯 잠잠했던 국내 여론도 끓어올랐다. 16일 하루에만 트위터 포스팅(게시글)이 3만8000건을 넘어섰고, 지금까지도 매일 수천 건씩 트윗이 올라오고 있다. 특히 19일에는 ‘소속사가 쯔위에게 강제로 사과를 종용·핍박했다며 대만 인권변호사 등이 JYP엔터테인먼트를 검찰에 고발했다’는 언론 기사가 800건이 넘는 RT(게시글 공유)를 받기도 했다. 쯔위의 소속사인 JYP엔터테인먼트가 페이스북에 게시한 쯔위의 사과 동영상의 댓글 란에도, ‘과연 어린 소녀가 공개 사과를 할 만큼 잘못한 일이나 책임이 있느냐’는 문제제기부터 ‘중국에서 돈 벌고 싶지 않으면 중국에서 나가라’는 성난 중국인들의 일갈까지 공방은 여전하다.

단문형 SNS 뿐만 아니라 비교적 장문의 글을 쓰는 블로그에서도 이번 사태는 폭넓게 논의되고 있다. 24일까지 쯔위 사태에 대한 논의만으로 네이버에서 500여 편이 넘는 블로그 포스팅이 올라왔다. 게시글들을 모두 모아 의미망 분석(semantic network analysis)을 해 보니, 작은 해프닝이 ‘정치’에 ‘이용’되고 있고, 대만 국기의 노출이 중국과 대만 사이에서 ‘외교’적으로 ‘민감’한 ‘문제’이긴 하지만, 그러한 외교 문제 비화가 쯔위 개인에게는 (지나친) ‘억압’이라는 여론이 가장 핵심적으로 드러난다(그림 1). 나아가 쯔위가 방송사가 시킨 대로 다른 참가자들과 함께 출신지 국기를 흔든 것에 정치적 의도가 있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며, ‘사과’의 ‘모습’도 ‘강요’된 것 같다며 ‘소속사’ ‘대표’의 처신이 적절했는가에 대해도 의문을 제기한다(그림 2).

쯔위의 소속사 입장에선 작은 해프닝이 국제적 논쟁으로 비화된 금번 사태가 내심 황당하기도 하겠지만, 이 일로 인해 중국에선 대규모 보이콧이 일어나고 대만에선 총통선거에서 민진당이 승리하는 데 적지 않은 영향을 주었다. 그런 면에서, 이 사태는 우리에게 깊은 전략적 숙고를 요한다. 일부 블로거들은, 이번 사건이 앞으로 동아시아에서 민족감정과 국력 차이가 합리적 조정 가능성을 압도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상징적 사건이라고도 진단한다.

인터넷 소통망이 어쩌면 지나치게 발달한 동아시아에서, 이런 해프닝은 앞으로도 발생할 개연성이 높다. 위기관리도 중요하고, 이웃 국가 국민들의 감성을 헤아리는 외교적 센스도 중요하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가 우리 스스로에게 당당해질 수 있는 근본적 가치 지향과 책임 소재의 원칙이 아닐까. 한류 비즈니스의 관점에서, 성난 중국인들 앞에서 쯔위의 소속사가 할 수 있는 일이 사과 말고 무엇이 있었을지는 말하기 어렵다. 그러나 한류를 돈벌이 수단만이 아닌, 지속시킬 가치가 있는 문화로 본다면, 사과의 주체와 방식은 아쉬움을 남겼다. 한류 문화는 인간과 사회에 대한 가치와 진정성 있는 실천이 국제무대에서 공감을 얻을 수 있을 때, 장기간의 생명력과 파급력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우리는 어떤 가치를 지향하고, 누구를 보호하며, 무슨 책임을 져야 할까. 한류의 전파를 통해 21세기의 매력 국가를 꿈꾸는 문화주체의 입장에서, 작금의 해프닝을 되돌아보게 하는 질문이다.
김도훈 아르스 프락시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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