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협, 사상 첫 검사평가 결과 발표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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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당한 X이 미친X, 검사가 막말 협박”
징계받은 검사도 ‘우수’… 檢 “신뢰 의문”

대한변호사협회가 소속 변호사들이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경험한 검사들의 모습을 평가한 결과를 19일 사법 사상 처음으로 발표했다. 이번 평가는 서울지역 변호사 약 1만2000명 가운데 438명이 대한변협에 제출한 총 1079건의 검사평가를 집계한 것이다. 1079건 가운데 수사검사 평가는 719건, 공판검사 평가는 352건이며 무효가 8건이다.

결과가 담긴 ‘2015 검사평가 사례집’에는 우수 검사 10명의 명단이 포함됐다. 수사검사로는 서울중앙지검 변수량 차상우 최인상 장려미 김정환 검사가, 공판검사로는 서울중앙지검 채필규 박하영 추창현 김영오 검사와 서울서부지검 오선희 검사가 뽑혔다.

변협은 하위 검사 명단을 공개하는 대신 구체적인 사례를 발표했다. 현행법상 허용되지 않는 플리바기닝(피의자가 유죄를 인정하거나 다른 사람의 범죄에 대해 진술하는 대가로 형량을 조정해 주는 제도) 시도 사례, 피의자를 모욕한 사례, 수갑을 채운 채 피의자를 조사한 사례, 변호인에게 메모하지 말라고 윽박질러 변론권을 침해한 사례 등이다.

일례로 수사 단계에서 가장 많이 발견된 하위 검사 사례는 모욕, 협박 등 이른바 ‘막말’을 한 것이다. 한 변호사는 “‘사기를 당한 놈이 미친 놈 아니냐’, ‘내가 조사할 이유가 어디 있느냐’ 등 막말을 하면서 수사를 하지 않고 사건을 방치한 검사가 있었다”고 밝혔다. 또 다른 변호사는 “‘검찰청은 들어오는 것은 자유지만 나가는 것은 마음대로 안 된다’, ‘내가 하는 일에 태클을 걸려면 검찰총장, 법무부 장관, 청와대 법무비서관 정도를 동원하든지’라고 말하는 검사가 있었다”고 털어놨다. 또 법률 지식을 잘 모르는 피해자에게 잘못된 법률 지식을 알려줘 자백하게 하거나 증거와 진술조서를 공판 단계에서 누락하는 등 사건을 공정하게 수사하지 않는 검사도 도마에 올랐다.

한상훈 변협 대변인은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검찰 수사를 받다가 자살한 사람이 100명이 넘고 지난해에만 피의자 17명이 자살했다”며 “검찰 수사와 기소의 폐쇄성에 원인이 있다고 보고 검찰 권력의 독주를 견제하기 위해 검사평가를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변협은 이번 평가 결과를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에게 전달하고 앞으로 전국 검사평가 결과를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검찰은 “일방적 주장의 신빙성을 확인하는 객관적인 절차가 없었다”며 반발하는 분위기다. 검찰 측은 “주장의 내용이 구체적이고 설득력이 있더라도 당사자인 검사에게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검증 절차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한 검찰 관계자는 “서울지역에만 국한된 결과 같은데 표본이 제한적이라 온전한 검사평가제라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특히 변협에 의해 우수 검사로 뽑힌 한 검사는 지난해 11월 법무부의 징계 처분을 받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검사평가제의 신뢰성이 큰 타격을 입었다. 이 검사는 지역에 있던 2013년 12월부터 지난해 1월 사이 외부 인사에게서 2회에 걸쳐 14만8000원 상당의 향응을 받은 혐의로 견책 처분을 받았다.

한편 변호사들의 법관 평가는 2008년부터 서울지방변호사회를 중심으로 시작돼 현재 전국적으로 지방변호사회별로 시행되고 있다. 올해 서울지방변호사회의 법관 평가 결과는 20일 발표될 예정이다. 지난해 10월부터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와 함께 ‘법관 평가 방식의 신뢰성 제고 방안’에 관한 연구를 진행해 공개되는 새로운 방식의 법관 평가다.

배석준 eulius@donga.com·신동진 기자
#대한변호사협회#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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