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 9·15 노사정 대타협 파기 선언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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勞의 벽에 가로막힌 노동개혁… 투쟁나선 勞 “정부 2대 지침 위헌소송 낼것”

“노사정 합의 없던 일로”



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오른쪽)이 19일 서울 영등포구 노총회관 대회의실에서 노사정 합의를 파기한다는 내용으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노사정 합의 없던 일로” 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오른쪽)이 19일 서울 영등포구 노총회관 대회의실에서 노사정 합의를 파기한다는 내용으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이 17년 만에 이뤄진 노사정 대타협을 파기하면서 2014년 9월 박근혜 대통령의 제안으로 시작된 노동개혁의 시계추가 원점으로 돌아갔다. 한국노총은 일반해고와 취업규칙 변경 등 2대 지침에 대한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은 물론이고, 위헌 소송까지 제기하겠다고 밝혀 그 결과가 주목된다. 법원이 가처분을 인용해 2대 지침의 효력을 정지하거나, 헌법재판소가 위헌 결정을 내리면 정부의 노동개혁은 좌초하게 된다.

그러나 정부는 조만간 2대 지침을 확정하고 노동개혁 법안의 국회 통과를 독자적으로 추진할 방침이어서 노정(勞政) 관계가 ‘강대강’ 충돌 국면으로 치달을 것으로 전망된다.

노사정 대표가 지난해 9월 15일 사인한 합의문은 말 그대로 ‘대타협’일 뿐이지 법이나 공식 계약이 아니다. 물론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법 2조에 따르면 노사정은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성실하게 협의에 임하고, 그 결과를 최대한 존중해야 한다. 또 18조는 노사정이 위원회의 의결사항을 정책에 반영하고 성실히 이행하도록 최대한 노력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그러나 ‘존중’과 ‘노력’일 뿐 강제 조항은 아니다. 대타협 미이행이나 파기에 대한 처벌이나 제재 조항도 없다. 국내 사법체계상 법을 위반하면 처벌을, 계약을 위반하면 배상을 해야 하지만 대타협을 위반하면 그걸로 끝이다. 한국노총은 물론이고 정부나 경영계가 대타협을 일방적으로 파기해도 실질적인 책임은 누구도 지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국노총의 한 관계자는 “2대 지침 합의를 먼저 깬 것은 정부이기 때문에 우리에겐 책임이 없다”고 말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불참한 대타협을 처음부터 인정하지 않았던 야당의 반대 명분도 한층 높아졌다. 노사가 일반해고나 취업규칙 변경을 놓고 갈등을 겪을 가능성도 높아졌다. 노사정 합의로 노동개혁을 추진하기가 더 어려워진 것이다.

그러나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19일 기자회견을 통해 “2대 지침을 조만간 확정해서 실기하지 않고 현장에 안착되도록 노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확정 시점은 노사정 특위가 열리는 27일이 될 것 같다. 정부는 또 근로기준법, 파견법, 고용보험법, 산재보험법 등 기간제법을 제외한 노동개혁 4대 법안이 1월 임시국회에서 처리될 수 있게 노력할 방침이다. 정부는 새누리당의 국회선진화법 개정안이 처리되고 대국민 여론전에서도 승리한다면 총선 전 4대 법안의 국회 통과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13일 대국민 담화에서 “노사정 대타협은 국민과의 약속”이라고 강조한 데 이어 18일 경제활성화 입법 촉구를 위한 1000만 서명 운동에 동참한 것은 한국노총과 야당을 압박하면서 노동개혁 입법을 위한 정치적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뜻을 담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에 한국노총은 서울과 수도권의 여당 후보 낙선운동을 벌이고 장기적으로는 부당한 인사평가 결과 저(低)성과자로 몰려 해고를 당한 사례를 모아 집단 민사소송을 내겠다고 밝혔다. 2대 지침이 법률적 효력이 없고, 상위법이나 헌법을 위반했다는 의견도 있는 만큼 원천 무력화시키겠다는 것이다. 특히 통상임금 분쟁처럼 해고 관련 민사소송이 폭증할 경우 정부나 사용자가 100%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다. 실제로 정부는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지침을 운영해 왔지만, 2013년 12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로 지침을 수정해야 했고,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치렀다. 이에 고용부 관계자는 “법과 판례에 따라 지침을 만들 예정이라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이날 “지금이라도 한국노총이 9·15 합의를 이끌었던 사회적 책무를 바탕으로 대타협 파기 선언을 철회할 것을 재차 촉구한다”고 밝혔다.

유성열 ryu@donga.com·이샘물 기자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노사정 대타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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