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소나무재선충병 확산… “한라산국립공원을 지켜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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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음사 지역까지 확산 당국 비상… 2019년까지 소나무 방재사업 완료
집단벌채 등 대응전략 변화 필요

소나무재선충병에 감염된 제주지역 소나무를 베어내는 작업이 한창이다. 방제작업 강화에도 불구하고 재선충병 기세가 꺾이지 않아 고사목 주변 소나무를 모두 베어내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주도 제공
소나무재선충병에 감염된 제주지역 소나무를 베어내는 작업이 한창이다. 방제작업 강화에도 불구하고 재선충병 기세가 꺾이지 않아 고사목 주변 소나무를 모두 베어내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주도 제공
‘소나무 에이즈’로 불리는 소나무재선충병이 한라산국립공원 경계 지역인 제주시 오등동 관음사 지역까지 번졌다. 이제 국립공원까지 재선충병 비상이 걸린 것이다. 한라산국립공원관리사무소는 재선충병 확산을 막기 위해 2019년까지 35억 원을 들여 국립공원 지역 소나무 방재 사업을 벌이기로 했다.

국립공원 측은 이 사업을 위해 ‘한라산 소나무재선충병 방제 전략 수립 및 소나무 분포 조사’ 용역을 실시했다. 국립공원 내 소나무 분포 면적은 884ha로 46만여 그루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재선충병 방제를 위한 나무주사 대상은 14만 그루이며 해발 450∼800m에 집중적으로 분포하고 있다. 마지막 보루인 국립공원지역 소나무도 재선충병 위협에 노출되자 대응 전략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재선충병과의 기나긴 전쟁

2004년 제주시 오라동에서 처음 발생한 재선충병은 방제작업 등으로 안정세를 보이다 2013년 극심한 가뭄과 고온현상으로 다시 확산됐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재선충 감염 소나무 제거 작업이 벌어지고 있다. 재선충병을 옮기는 솔수염하늘소를 유인해 잡는 페로몬트랩도 21곳에 설치했다. 차량을 이용해 소나무 숲 5000ha에 연막 방제를 하고 2000ha에 대해서는 항공 방제를 실시했다. 환경단체 회원이 참여하는 방제사업장 모니터링 책임 감리원제를 시행하고 감독 공무원도 대폭 증원했다.

재선충병 피해 면적은 소나무 숲 전체 면적 1만6284ha의 43.5%인 7088ha에 이른다. 제주도는 2013년 9월부터 2014년 8월까지 1차 방제 기간에 고사목 54만5000그루를, 2014년 9월부터 올 8월까지 2차 방제 기간에 고사목 51만4000그루를 각각 제거했다. 올해 말까지 재선충병으로 고사한 15만 그루의 소나무를 베어내고 내년 4월 말까지 20만 그루를 추가로 제거한다. 연말까지 93억 원을 투입하고, 내년 예산 376억 원도 조기에 쓸 예정이다. 하지만 그동안 1000억 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했는데도 재선충병의 기세는 꺾이지 않고 있다.

○ 고사목 베어내기 vs 집단 벌채

재선충병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국비와 지방비 등 예산이 반복적으로 투입되는 것을 막기 위해 현재 베어내기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금까지 제주도는 재선충병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된 소나무만을 베어내는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당초 소극적인 베어내기로는 재선충병을 효과적으로 막을 수 없다고 판단하고 감염이 심한 지역의 소나무 숲을 모두 제거하는 방식을 추진할 계획이었다. 고사목은 물론이고 생목까지 벌채해 재선충병 확산을 원천적으로 차단한다는 것이다.

사업비용을 해결하기 위해 한국원목생산업협회와 협의를 했다. 벌채한 소나무를 무상으로 생산업협회가 갖는 대신 벌채 비용을 부담하면 예산이 대폭 절감된다. 하지만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환경파괴 논란이 불거지자 사업을 대폭 축소해 소규모 베어내기를 시범 실시하고 있다.

제주지역 한 산림전문가는 “재선충병 피해가 심한 지역은 이미 소나무 숲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했다”며 “국립공원 지역이나 보존 가치가 있는 소나무 숲을 제외하고는 모두 베어내고 편백나무, 황칠나무 등 미래 가치를 높이는 새로운 산림자원을 육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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