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53년전 ‘울산공단 기공식 현장’ 새 관광명소로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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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시삽장면-거수경례 사진 등 관광상품으로 재단장해 일반 공개
기업인-학생들 탐방코스로 인기

서동욱 울산 남구청장(왼쪽에서 네 번째)과 KEP 홍인기 공장장(왼쪽에서 세 번째) 등 임직원들이 14일 울산 공업센터 기공식 포토존 제막 뒤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울산 남구 제공
서동욱 울산 남구청장(왼쪽에서 네 번째)과 KEP 홍인기 공장장(왼쪽에서 세 번째) 등 임직원들이 14일 울산 공업센터 기공식 포토존 제막 뒤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울산 남구 제공
“4000년 빈곤의 역사를 씻고 민족 숙원의 부귀를 마련하기 위하여 우리는 이곳 울산을 찾아 신공업도시를 건설하기로 하였습니다.”

53년 전인 1962년 2월 3일 울산 앞바다가 훤히 보이는 울산 납도마을. 박정희 당시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은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울산공업센터기공식 치사문’을 읽어 내려갔다.

울산은 이날의 기공식 이후 ‘산업수도’로 성장을 거듭하며 한국의 산업화를 선도하는 도시로 발전했다. 울산공업센터 기공식 장면을 빼고는 한국 경제 발전사를 설명할 수 없다고 경제학자들은 말한다. 치사문에는 ‘2차 산업의 우렁찬 건설의 수레소리가 동해를 진동하고 공업생산의 검은 연기가 대기 속에 뻗어나가는 그날엔 국가민족의 희망과 발전이 눈앞에 도래하였음을 알 수 있는 것입니다’라고 기록돼 있다. ‘공업입국’을 ‘환경보호’보다 우선순위에 뒀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당시 기공식이 열렸던 장소는 지금의 울산 남구 매암동 한국엔지니어링플라스틱㈜(KEP)이다. KEP 기공식 현장이 관광상품으로 재단장돼 최근 일반에 개방됐다. 서동욱 울산 남구청장은 최근 KEP를 방문해 홍인기 공장장에게 감사패를 전달했다. KEP가 울산공업센터 기공식 현장을 기념하고 보존하기 위해 9월부터 3개월간 포토존을 설치하고 관광객들에게 개방했기 때문이다. 포토존에는 ‘한국공업입국 출발지 기념비’라는 비석과 함께 박 의장의 기공식 ‘첫 삽질’(시삽) 장면과 기공식을 마친 뒤 학생들의 환송 박수에 거수경례로 답하는 장면 사진 등이 새겨져 있다.

남구는 그동안 울산공업센터 기공식 현장을 개방하기 위해 KEP와 협의를 해왔다. KEP 측은 안전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등의 이유로 개방이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울산공업센터 기공식 현장’이라는 의미를 살리기 위해 출입 허가를 받은 사람에 한해 개방하기로 했다.

당시 기공식에는 박 의장을 비롯해 주한 외교사절과 주한 유엔군 사령관 등 국내외 요인들이 총집결했다. 기공식 현장에 모인 울산시민이 3만여 명이었다고 대한뉴스는 보도했다. 당시 울산시민(8만5000명)의 35%가 기공식에 참석한 셈이다.

KEP 측은 ‘한국 공업의 발상지’를 보존하기 위해 공장을 확장하면서도 기공식 자리는 보존해왔다. 서 구청장은 “울산공업센터 기공식 현장은 이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으로 발전한 상징적인 명소가 될 것”이라며 “기업인은 물론이고 학생들의 탐방 코스로 자리매김하고 인접한 장생포 고래문화특구와 함께 울산의 새로운 관광명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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