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도시 부산] 소통의 부산, 사통팔달!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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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의 동남쪽 끝자락에 위치한 부산은 인구 면에서 국내 제2의 도시다. 350만 명에 이르는 부산의 인구는 그 자체로 거대한 경제시장임을 증명한다. 부산 시민은 항구도시의 특성이라 할 수 있는 개방성과 친근감을 갖고 있다.

외국 문화 등 새로운 것에 포용적이고 익숙한 이유다. 아름다운 해변과 온천, 범어사 등 오랜 역사를 지닌 사찰, 1860년대 재건된 17km의 금정산성 등 관광명소도 많다. 부산 하면 떠오르는 자갈치시장은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명소다.

부산을 상징하는 갈매기 형상을 한 자갈치시장은 2006년 새 건물로 지었다. 억센 사투리로 삶의 터전을 꾸렸던 ‘자갈치 아지매’들의 다부진 생명력을 표현했고 비약하는 부산의 의지를 담아냈다. 부산의 정체성과 지역 자산을 활용해 부산을 새롭게 디자인한 대표적 건축물이다. 이렇듯 부산은 자연과 역사유적, 삶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디자인의 보고(寶庫)다.
‘소통’ 강조한 부산의 공공디자인


부산 ‘디자인 파워’의 중심에는 공공디자인이 자리 잡고 있다. 부산에서 새로운 개념의 공공디자인 사업이 시작된 것은 2004년. 당시 문화관광부는 중구 광복로 일대를 ‘간판문화 개선 시범지역’으로 선정했다. 관 주도가 아닌 시민들이 주체가 된 사업이다. 3, 4년간 지역 상인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통해 광복로를 예술적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이후 주말이면 이 일대는 사람들로 넘쳐난다. 연말연시가 되면 지역 예술가들이 참여하는 가운데 ‘빛의 축제’가 열려 소통의 공간으로 변신한다.

부산의 이미지에 맞는 디자인으로 품격 있는 도시를 연출하는 것도 부산 변신의 한 축이다. 수영구에 위치한 재활용센터인 수영크린센터는 산고(産苦) 끝에 2009년 탄생한 걸작품이다. 주민들과 마찰을 빚었으나 끈질긴 대화로 합의점을 찾아냈고 현재는 열린 환경교육의 장으로 자리 잡았다. 파도 형상의 담벼락에 배 모양과 산의 곡선을 부드럽게 접목한 건축물은 부산의 자산이 됐다.


간선도로변에 옹벽이 유난히 많은 부산의 특성을 감안해 20여 곳의 회색빛 옹벽에 작품을 설치하는 작업도 도시를 예술작품으로 꾸미는 중요한 사업 중 하나다. 이 같은 도심재생 프로젝트는 부산시가 가장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공공디자인 사업이다. ‘한국의 산토리니’ ‘한국의 마추픽추’라는 애칭을 가지고 있는 부산 사하구 감천문화마을은 도심재생 프로젝트로 탄생한 명소다. 6·25전쟁 이후 수천 명의 피란민이 정착한 이 산동네는 다양한 집들이 산자락을 따라 다닥다닥 붙어 있고 실핏줄처럼 뒤엉킨 좁은 골목이 이색적이다. 이곳은 태극도 신도들이 모여 마을을 형성해 ‘태극마을’로도 부른다. 이 마을은 2010년 이후 문화예술촌으로 탈바꿈했다. 어느 골목으로 들어가도 출구가 나오는 사통팔달로(四通八達路)는 언제 가도 신기할 정도다. ‘미로미로 골목길 가꾸기 사업’과 ‘길섶미술로 꾸미기’ 등 도시디자인 사업으로 어울림과 열림의 공간으로 탄생했다.

서민 주거 지역인 동구 좌천동 수정산 산비탈 공동주택과 도심 속 오지인 동구 범일동 안창마을, 영도구 청학동 등도 소통의 공간으로 변신했다. 행복한 도시어촌 청사포 만들기도 그중 하나다. 해운대 신시가지에서 가깝지만 개발에 밀려 낙후된 도시 어촌에서 민관이 힘을 합해 마을환경 디자인 개선사업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 추진한 범죄예방 환경디자인 셉테드(CPTED) 사업은 디자인의 중요성을 보여 주는 대표적 사례다. 이 사업은 범죄 취약지역에 환경적 요인과 주민 불안 요소를 분석해 물리적 환경개선을 통해 범죄자의 심리를 위축시키고 주민에게는 범죄로부터 안심감을 주는 지역 맞춤형 사업. 대상 지역은 부산진구 범천4동과 개금동, 남구 문현동, 사상구 덕포동 등이다.

디자인이 기업의 미래를 바꾼다


애플과 구글, 페이스북 같은 글로벌 기업에는 공통점이 있다. 기업의 정체성과 실용성을 겸비한 독특한 건물을 자랑한다는 점이다. 기업철학을 녹인 디자인이 기업의 미래 가치를 결정한다는 사실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최근 기업 경영에서 회자되는 것이 바로 ‘디자인 경영’이다. 여기에는 로고나 기업이미지(CI) 등을 기업에 맞게 디자인하는 것부터 사옥까지 고유의 철학을 담아내는 것이 모두 포함된다. 해운대 센텀시티에 본사를 둔 ㈜인피플디자인의 김현목 대표(46)는 “기업에 꼭 맞게 디자인한 건물과 사무 공간은 그 기업의 체질과 문화를 바꾸는 힘이 있다”고 말한다.

그는 국내 1위 건축 및 인테리어 디자인 전문회사인 ‘다원디자인’에서 기업 전문 디렉터로 일했다. KT 서초사옥과 삼성 SPI, 매킨지, CGV, BNP 파리바증권, 노보텔 대구시티센터까지 국내외 금융과 정보기술(IT)을 아우르며 세계적 브랜드의 사무공간과 사옥을 디자인한 실력파다. 2012년 서울 핵안보 정상회의장 프로젝트에도 참여해 국무총리 표창을 받기도 했다.

지난해 해운대 해수욕장 맞은편 BMW 전시장에 눈에 띄는 외관으로 눈길을 사로잡은 ‘레스토랑 미니’ 역시 그의 작품이다. 외관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조직 구성원이 생활하는 오피스 공간이다. ‘공간은 사람으로부터 시작한다’는 것이 평소 그의 소신이다. 그래서 김 대표는 처음 의뢰인을 만나면 회사의 히스토리를 파악하고 조직도와 주력 사업, 그리고 원하는 목표를 모두 듣고자 노력한다. “기업 경쟁력이 디자인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오너의 가치 경쟁력은 혁신적으로 높아질 것입니다. 예기치 못한 변수와 변화도 모두 받아들이는 것이 디자인 과정이기 때문이죠.”

세계적 디자이너 데이비드 카슨이 변화를 원하는 기업에 남긴 말은 유명하다. “디자인은 비즈니스 전략을 시각화하는 데 가장 걸출한 무기고 문제를 해결하는 활동”이라고 했다.

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
#디자인 도시 부산#소통#기업#공공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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