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광주시 ‘차이나 프렌들리’사업 제속도 못낸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3일 03시 00분


코멘트

中문화원 분원 유치-사적지 정비 등 18개 사업중 17개 1년간 제자리걸음
전문가“추상적 사업 추진 한계”지적

위용 드러낸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광주 동구 금남로 옛 전남도청 부지에 들어서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개관(4일)을 앞두고 관객 맞이 준비에 한창이다. 사진은 1일 헬기를 타고 광주 상공에서 내려다본 문화전당 모습. (헬기 조종=광주소방항공대 박창순 기장·장화식 부기장) 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위용 드러낸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광주 동구 금남로 옛 전남도청 부지에 들어서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개관(4일)을 앞두고 관객 맞이 준비에 한창이다. 사진은 1일 헬기를 타고 광주 상공에서 내려다본 문화전당 모습. (헬기 조종=광주소방항공대 박창순 기장·장화식 부기장) 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광주시의 중국인 관광객 유커 유치를 위한 ‘차이나 프렌들리(중국과 친해지기)’ 사업이 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광주시는 지난해 9월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주변 중국 예술가 작업실 조성, 정율성 사적지 정비, 중국문화원 분원 유치 등 18개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1년 동안 대다수 사업들이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정율성 사적지 정비 방침이다. 이 사업은 정율성 선생의 생가 터를 둘러싼 논쟁이 법정 다툼으로까지 번진 상황이다. 중국인들이 추앙하는 정율성 선생은 광주 출신이다. 그는 1933년 중국으로 건너간 뒤 1939년 중국공산당에 가입하고 혁명음악 분야에서 재능을 발휘했다. 중국 정부는 2009년 건국 60주년 행사에서 그를 신중국 건국에서 걸출한 공헌을 한 영웅 모범인물 100인에 선정했다.

이에 따라 한중 양국은 정율성 탄생 100주년(2014년)을 계기로 기념 음악회 등 관련 행사를 열고 공동 콘텐츠 제작도 추진하고 있다. 정율성이 작곡한 중국 인민해방군 행진곡(팔로군 행진곡) 등은 3일 중국의 항일승전 70주년 열병식에서 연주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생가 터를 둘러싼 논란이 10년째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논란은 2005년 정율성선생기념사업회와 광주 동구, 정율성 가족과 광주 남구 간에 시작돼 급기야 법정으로까지 번졌다. 광주지법 민사14부(부장 조정웅)는 지난달 정율성 선생의 외동딸 등이 광주시를 상대로 낸 출생지 확인 소송을 각하했다. 재판부는 “정율성 기념사업을 추진하는 주체는 광주 남구청(양림동), 광주 동구청(불로동), 사단법인 정율성선생기념사업회”라며 “기념사업 주체도 아닌 광주시를 상대로 출생지 확인을 구하는 소송은 맞지 않다”고 했다.

이 같은 재판부의 판단에는 2010년 8월 광주시 정율성 생가 고증위원회의 권고 영향이 컸다. 당시 고증위원회는 “광주 동구 불로동은 정율성의 본적지이자 출생지이고, 광주 남구 양림동은 정율성의 출생지이자 성장지”라고 권고했다. 정율성의 출생지가 2곳이라는 이상한 결론을 내리면서 논란을 가중시킨 셈이다.

1심 판결이 나오자 정율성선생기념사업회는 광주 남구에 “양림동에 정율성 생가 터 표지석이 16개 설치돼 있는데 철거해 달라”는 공문을 보내기로 했다. 사업회는 표지석을 철거하지 않을 경우 형사 고발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에 남구는 “정율성 선생의 출생지가 양림동이라고 생각하는 그의 가족들이 항소를 할지 여부는 알 수 없다”며 “기념사업회가 이해할 수 없는 억지 주장을 하고 있다”고 했다.

이뿐 아니다. 옛 전남도청 부지에 자리한 아시아문화전당이 4일 개관하지만 당초 광주시가 공언한 중국인 예술가 작업실은 논의만 되고 있을 뿐이다. 또 광주 동구 옛 도심권에 빈집이 580여 동이나 되지만 중국 예술가 작업실 설치 소식은 아직 들리지 않는다.

중국문화원 분원 유치, 중국 특화거리 조성 등 다른 사업도 거의 성과가 없다. 김용집 광주시의회 의원은 “광주시의 차이나 프렌들리 사업 18개 중 호남대 공자학원에 설치된 지원센터를 제외하고 성과가 없다”며 “사업이 추상적이어서 추진에 한계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광주시 관계자는 “각종 차이나 프렌들리 사업이 계속 추진되고 있어 시간이 가면 결실을 거둘 것”이라고 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