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 백열전구 ‘전기 먹는 하마’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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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바뀌면 세상이 바뀝니다]7월의 주제는 ‘절전’
<128> 서울 점포 11% 여전히 사용

전통시장에서 장을 보다 보면 노랗고 환한 불빛 아래 반짝이는 과일이 유난히 탐스럽게 보여 저절로 손이 가는 경험을 하곤 한다. 상인들이 조명에 신경을 쓰는 이유다. 하지만 시장을 밝히는 전구 중에는 ‘전기 먹는 괴물’이라고 불리는 백열전구가 여전히 많아 에너지 낭비가 심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879년 발명돼 ‘인류가 발견한 두 번째 불’로 불렸던 백열등은 현재 퇴출 단계에 있다. 2012년부터 소비전력 70W 이상 150W 미만, 지난해부터는 25W 이상 70W 미만 제품의 생산 및 수입, 판매가 전면 중단됐다. 백열등은 전기의 95%가 열로 발산되고 나머지 5%만 빛으로 바꿔 에너지 낭비가 심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가정이나 백화점, 마트에서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하지만 전통시장 점포들은 유독 백열전구를 많이 쓴다. 200W 이상 대형전구를 사용해 규제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2013년 말 현재 서울 시내 112개 전통시장 내 1만9511개 점포 중 2213곳(11.3%)이 8425개의 백열등을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백열등 가운데 200W 이상의 비중은 2011년 39.0%에서 2013년 82%로 크게 늘었다.

200W 이상 백열등은 전기소모량이 많고 화재 위험도 크다. 200W 백열등 1개의 월 소비전력량은 67.2kWh(1일 12시간, 한 달 28일 영업 기준)로 이는 600L 냉장고 2대의 월 소비전력량과 비슷하다.

전기요금이 많이 나오는데도 일부 상인이 백열등을 선호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구매비용이 발광다이오드(LED) 램프보다 훨씬 싼 데다 백열등 특유의 따뜻하고 노르스름한 색감이 과일, 채소, 생선을 더 싱싱하고 돋보이게 만들기 때문이다.

에너지관리공단은 지방자치단체, 시민단체 등과 함께 상인들을 설득해 전통시장에 LED 조명을 보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공단 관계자는 “LED 램프는 백열전구보다 수명이 25배 길고 전력소비량을 80%가량 줄일 수 있어 일단 교체하면 경제적 효과를 지속적으로 얻을 수 있다”며 “최근에는 백열등과 유사한 색감을 가진 LED 조명도 나오고 있어 상인들의 인식도 점차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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