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경남도 서부청사 기공… 도청 3분의 1 진주로 옮긴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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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말까지 옛 진주의료원 리모델링… 농정국-인재개발원 등 660명 근무
일부선 “의료원 재개원해야” 반발

3일 홍준표 경남지사(가운데)와 지역 기관 단체장 등이 ‘경남도 서부청사 기공식’에서 서부시대 성공을 기원하며 기념축포 버튼을 누르고 있다. 경남도 제공
3일 홍준표 경남지사(가운데)와 지역 기관 단체장 등이 ‘경남도 서부청사 기공식’에서 서부시대 성공을 기원하며 기념축포 버튼을 누르고 있다. 경남도 제공
3일 오후 4시 경남 진주시 월아산로 2026 옛 진주의료원 주차장에 3000명이 넘는 인파가 참석한 가운데 경남도 서부청사 리모델링 기공식이 열렸다. 진주의료원 폐업, 2개 청사 운영을 둘러싼 논란이 있지만 홍준표 경남지사가 내건 ‘서부시대’의 항해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셈이다. 행사장 주변에는 대형 현수막과 애드벌룬, 화환 등이 분위기를 돋웠다. 경찰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4개 중대를 행사장 안팎에 배치했다.

홍 지사는 이날 “90년 만에 도청의 3분의 1이 진주로 귀환한다”며 “서부청사는 서부 대개발의 시작”이라고 선언했다. 일제강점기인 1925년 4월 1일 진주에 있던 경남도청이 부산으로 옮겨갔던 점을 상기시킨 것이다. 그는 “서부경남 면적은 경남의 절반이지만 인구는 22%, 지역내총생산(GRDP)은 17%에 불과하다”며 “서부청사 개청을 반대하는 사람이 많아 어려움이 있었지만 여러분의 성원을 토대로 서부대개발을 이루겠다”고 다짐했다. 홍 지사가 2013년 5월 ‘강성귀족노조의 해방구’라며 폐업한 진주의료원을 찾은 것은 처음이다. 이에 앞서 단상에 오른 최구식 경남도 서부부지사는 “홍준표라는 걸출한 지도가가 아니었으면 이 일을 시작도 못했을 것”이라고 치켜세웠다. 홍 지사 등이 연설할 때 일부 참석자들은 환호하거나 박수를 보냈다.

경남도는 161억 원을 들여 연말까지 의료원 건물을 서부청사로 고칠 예정이다. 공사가 끝나면 내년 1월엔 서부권개발본부, 농정국, 환경산림국 등 3개 국과 인재개발원, 보건환경연구원 등 2개 직속기관이 입주한다. 진주시보건소도 함께 들어간다. 농업기술원과 축산진흥연구소, 농업자원관리원, 산림환경연구원, 환경교육원은 서부지역 자체 건물에 근무하면서 서부부지사와 호흡을 맞춘다. 이들 공무원 수는 660여 명. 이삼희 서부청사추진단장은 “서부지역 주민들의 도청 방문 거리와 시간이 절반 정도로 준다”고 말했다.

전국보건의료노조는 기공식 전 의료원 건물 바깥에서 ‘진주의료원의 서부청사 활용 규탄 결의대회’를 열었다. 유지현 노조위원장은 “103년의 역사 속에 도민 건강과 생명을 지켜온 의료원을 없애고 하필 거기에 서부청사를 두려 하느냐”며 “끝까지 투쟁해 의료원을 재개원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명 민주노총경남본부장은 “집이 필요하면 새로 지으면 된다. 집 주인한테 물어보지도 않고 빼앗아 가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진주의료원 재개원 주민투표도 추진 중이다.

서부청사에 대한 논란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창원지역 상인회 등으로 구성된 ‘경남도청 및 공공기관 이전 반대 창원시민대책위’는 이미 “지역 갈등을 증폭시키고 예산을 낭비한다”며 철회를 요구한 상태다. 노동당 여영국 도의원은 “빈 (의료원) 건물을 채우기 위해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인재개발원이나 중동부 민원업무가 70% 이상인 보건환경연구원을 옮기는 것은 억지 행정이며 공무원과 도민들의 불편만 낳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경남서남부발전협의회 등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35만 진주 시민의 열정과 희망의 싹을 짓뭉개면서 지역 발전을 가로막고 사회 혼란을 부추기는 불온세력은 떠나야 한다”고 반박했다. 진주 출신으로 경남도의원을 지낸 심규환 법무사는 “‘왜 의료원 건물에 서부청사를 두느냐’는 문제 제기는 가능하지만 행정 효율만을 생각하면 균형 발전이 어렵다”며 “일부에서 제기하는 ‘동부경남 소외론’도 그 지역의 자체 발전 역량을 감안하면 편 가르기”라고 지적했다.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경남도#서부청사#진주의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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