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 너무 추워, 여름 맞아?”…지나친 냉방 이제 그만!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2일 16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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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32도라고? 벌써부터 이렇게 더우면 어쩌라는 거야….’

6월 중순의 어느 날. 서울 여의도의 직장에 다니는 백모 씨(28)는 외근하고 사무실로 돌아오는 길에 흘러내리는 땀을 연신 손수건으로 닦아내며 투덜거렸다. 더운 날씨만큼 짜증이 북받쳐 오르던 찰나 회사에 도착했고, 사원증을 찍고 사무실에 들어서는 순간 짜증은 날아갔다. 땀에 절어 물기를 머금은 반팔 셔츠 소매 사이로 찬 바람이 스며들었기 때문이다.

숨을 돌린 백 씨가 책상에 앉아 외근 성과를 정리하다보니 어느새 30분이 훌쩍 흘렀다. 불현듯 백 씨는 추위를 느꼈다. 사무실을 둘러보니 마주 앉은 여직원은 무릎에 담요를 덮은 채 원피스 위에 입은 카디건을 여미고 있었다. 회사 관리실에 물어보니 사무실 안 온도는 20~23도를 오가는 수준이었다.

사상 최악의 가뭄이 시작된 지난달 서울의 최고기온이 30도가 넘은 날은 14일이었다. 외근이 잦은 백 씨는 이 때문에 건강에 이상이 생겼다. 사무실 밖을 나가면 사우나에 들어간 듯 너무 더웠고, 사무실에 들어오면 계절을 건너 뛴 듯 너무 시원했기 때문이다. 어느 순간부터 몸이 으슬으슬하고 콧물이 나고 재채기도 나왔다. ‘오뉴월 감기는 개도 안 걸린다던데….’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갑자기 재채기를 하면 사람들이 화들짝 놀라 쳐다봤다. 아니 노려봤다.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때문에 모두가 민감하던 때였다.

정부와 에너지절약 시민단체가 권장하는 여름철 회사 사무실의 적정 온도는 26도. 하지만 실제로는 실내온도가 23도를 밑도는 사무실이 많다. 대부분 민간기업이 비용절감을 중시하지만 유난히 냉방에는 관대한 편이다. 실내가 시원해야 사원들의 능률이 높아질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하지만 실내외 온도차가 섭씨 5~8도 이상 지속되는 상태로 장시간 머물 경우 냉방병이 생기기 쉽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지난해 8월 한 취업 포털이 직장인 75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2명 중 1명은 사무실의 과도한 냉방으로 인해 냉방병을 경험한 적 있다고 응답했다. 에너지 관리공단 관계자는 “사무실의 온도가 지나치게 낮으면 과도한 전기요금이 발생하고 직원들도 여름철 감기 증상인 냉방병에 걸려 능률이 떨어지기 쉽다”며 “사무실 내 온도를 26도 정도로 유지하는 게 여러모로 유익한 일”이라고 말했다.

한편 산업통상자원부가 2일 발표한 여름철 전력수급 전망에 따르면 올 여름 최대 전력수요는 지난해 여름보다 485만kW 증가한 8090만kW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엘니뇨 등의 영향으로 대기온도가 급격히 올라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최대수요 대비 예비 전력은 풍부한 상황이지만 냉방온도를 자율적으로 준수하도록 계도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메르스 대응 의료기관과 보건소는 에너지 사용 제한에서 제외된다. 어린이집과 대중교통시설도 에너지절약추진위원회 결정에 따라 실내온도를 탄력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

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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