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별노조의 기업별 노조 전환 가능 여부 놓고…대법원 난상토론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28일 22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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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별 노동조합(산별노조) 산하 지회가 자체 조합원 투표를 통해 독자적인 개별기업 노조로 독립할 수 있는지를 두고 대법원에서 난상토론이 벌어졌다. 대법원이 산별노조 산하 지회의 기업별 노조 전환을 허용하는 판결을 내리면 1990년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산별노조가 주도해온 노동계 질서에 지각변동이 일 것으로 전망된다. 대법원은 올해 안에 결론을 낼 예정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8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서 전국금속노조 경주지부 발레오전장(전 발레오만도) 지회가 자체 총회를 통해 발레오전장 노조로 독립한 결정이 무효라며 정연재 발레오전장 지회장 등 6명이 낸 소송에 대한 공개변론을 열었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16조는 기존 노조의 조직형태를 바꾸려면 노조 총회 의결을 거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금속노조 산하조직이라 독자적인 단체교섭 능력이 없는 발레오전장 지회가 자체 투표를 통해 기업별 노조로 탈바꿈하는 게 법적으로 가능한지 등이 쟁점이었다.

발레오전장 노조 측 이욱래 변호사는 “근로자의 단결선택 자유는 산별노조의 조직 보호라는 가치보다 우선한다”며 조합원들의 압도적 찬성을 통해 결정된 조직 형태 변화를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만약 대법원이 조직 전환을 인정하지 않으면 발레오전장 노조와 사측이 그동안 체결해온 모든 협상이 무효화돼 큰 혼란이 빚어질 거라고 그는 덧붙였다.

이 변호사는 1990년대 발레오전장 노조가 세력을 키우기 위해 자체 결의를 통해 산별노조 지회 소속으로 편입됐는데, 상황이 바뀌어 그 반대 경우도 조합원의 뜻이라면 허용돼야 한다는 논리를 펼쳤다. 발레오전장 근로자들은 2010년 6월 노사갈등이 심해져 직장폐쇄까지 치닫자 강경시위를 주도하던 금속노조를 탈퇴하고 발레오전장 노조로 조직을 전환하자는 총회 투표에서 97.5%가 찬성표를 던졌다.

반면 정 지회장 측 김태욱 변호사는 노조법 16조에 따라 조직 형태를 바꿀 수 있는 주체는 노조인데, 금속노조 산하 지회는 독자적으로 단체교섭을 하고 단체협약을 체결할 권리가 없어 총회 투표가 무효라고 주장했다. 정 지회장 측 참고인인 이승욱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산별노조 산하 지회의 기업별 노조 전환이 폭넓게 허용되면 산별노조가 와해돼 노동계의 근간이 약화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이에 대해 발레오전장 노조 측 참고인으로 나온 김희성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산별노조 소속 지회의 기업별 노조 전환을 가로막는 근거가 되는 노조법 16조가 본래 취지와 다르게 해석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조항은 1990년대 기업별 노조였다가 산별노조 지회 소속으로 전환해 단결력을 키우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자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지금은 노조만이 조직형태 변경을 결정할 수 있고 지회는 권한이 없다는 식의 지엽적인 법 해석 수단으로 쓰이고 있다는 비판이다. 김 교수는 “조합원의 적극적 단결권을 존중해 해당 조항을 헌법조화적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동주 기자 dj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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