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붐 따라… 강남 간 만화학원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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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 1번지 대치동에 성업

최근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만화입시 전문학원에서 수강 학생(오른쪽)이 학원 강사에게 일대일 만화 지도를 받고 있다. 이 학원에선 고3 학생과 재수생이 독서실처럼 칸막이가 쳐진 책상에서 국영수 참고서 대신에 만화책을 펴놓고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최근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만화입시 전문학원에서 수강 학생(오른쪽)이 학원 강사에게 일대일 만화 지도를 받고 있다. 이 학원에선 고3 학생과 재수생이 독서실처럼 칸막이가 쳐진 책상에서 국영수 참고서 대신에 만화책을 펴놓고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입시에선 4칸 만화도 중요해. 길지 않은 분량이지만 극적 반전을 담은 스토리텔링을 담으면 더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어.”

지난달 22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만화입시 전문 A학원 강의실. 10여 명의 학생은 국영수 문제집을 푸는 대신에 만화를 그리며 일대일 첨삭지도를 받고 있었다. 이곳에서 만난 최지영 양(18·경기여고 3년)은 “웹툰 작가가 꿈이라 만화학과에 진학하기 위해 다니고 있다”며 “학교에서도 반에서 5, 6명은 장래 희망이 웹툰 작가”라고 말했다.

웹툰이 영화와 드라마 원작으로 인기를 끄는 등 콘텐츠 시장에서 ‘황금 알을 낳는 거위’로 떠오르면서 ‘사교육 1번지’ 강남에도 만화입시 전문학원이 성업 중이다. A만화입시학원의 공덕희 원장은 “서울대에 만화학과가 생기지 않는 이상 강남에서 만화입시학원이 성공할 수 없다는 속설이 깨진 셈”이라며 “서대문구와 광진구에 먼저 생겼는데 너무 멀다는 강남 학부모들의 요청이 많아 대치동에 문을 열었다”고 말했다.

서초동에서 B만화유학원을 운영하고 있는 황덕근 원장은 “(웹툰이 원작인) 드라마 ‘미생’이 인기를 끈 이후 일본 등 만화 선진국으로 자녀를 유학 보내려는 학부모의 문의가 두 배가량 늘었다”며 “부모 직업도 의사, 교수, 연구원 등 전문직종이 많다”고 말했다. 공 원장도 “요즘 강남의 학부모들은 웹툰 산업 구조부터 최근 트렌드까지 줄줄 꿰고 있을 만큼 적극적”이라고 말했다.

“만화 하면 굶어죽는다”는 학부모의 부정적 인식을 바꾸는 데는 고수익을 내는 웹툰 작가의 등장이 한몫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웹툰 실태조사에 따르면 네이버 등 대형 포털의 인기 웹툰 작가는 월 500만∼600만 원의 원고료에 광고 수입 등을 더해 월 8000만 원을 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캐릭터 수입까지 하면 수억 원의 연봉을 버는 웹툰 작가도 있다”고 말했다. 재수생 김모 씨(19·여)는 “부모님도 웹툰을 즐겨 보기 때문에 웹툰 작가가 되겠다고 했을 때 반대가 없었다”고 말했다.

만화가 입시 영역으로 들어온 데는 달라진 환경도 작용했다. 과거 출판 만화 시절에는 유명 작가 문하생으로 들어가 도제식 교육을 거쳐야 했다. 최근에는 웹툰이 중심이 되고 이현세, 윤태호 등 유명 만화가들이 강단에 서면서 만화학과의 인기가 높아진 것. 만화학과들도 웹툰 수업 비중을 높이고 웹툰 작가를 교수로 초빙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박인하 청강문화산업대 만화콘텐츠스쿨 교수는 “일부 만화학과는 경쟁률이 10 대 1을 넘을 정도로 인기”라고 말했다. 현재 만화학과를 둔 대학은 전국에 18곳이다.

만화계도 이런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은 8월 열릴 부천국제만화축제에서 ‘대치동에 만화학원이?’(가제)라는 제목의 심포지엄을 연다. 발제를 맡은 김병수 목원대 만화애니메이션과 교수는 “웹툰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수요에 비해 실력 있는 웹툰 작가가 부족한 상황”이라며 “하지만 만화 창작은 오랜 기간 내공을 단단하게 쌓아야 하는 직업인 만큼 최근의 웹툰 붐만 고려해 진로를 결정해선 위험하다”고 말했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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