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피해자 유족회 출범 “역사의 증인 되기 위해 뜻모아”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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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운동 96돌-광복 70돌]

“일본군이 계속 쫓아와. 날 잡아 가두려고 해.”

왕민호 씨(37)는 아직도 지난해 별세한 할머니를 생각하면 가슴이 시려 온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고 최선순 할머니는 임종 직전까지 일본군이 자신을 쫓아오는 환영에 시달렸다. 아픈 기억을 지우려는 듯 말년에는 젊은 시절 사진들을 모두 태워 없애기까지 했다. 왕 씨는 “할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40여 년을 혼자 사셨는데 가족들에게 피해가 될까 끝까지 위안부 피해 사실을 감추셨다. 명절이면 오는 대통령 선물도 가족들이 볼까 봐 얼른 치워버리곤 하셨다”고 말했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마르지 않는 눈물을 닦아 주기 위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유족회’가 지난달 28일 출범했다. 유족회에는 피해 할머니 12명의 가족들이 이름을 올렸다. 이날 경기 광주시 퇴촌면 ‘나눔의 집’에서 열린 발족식에는 최 할머니와 김순덕 할머니의 유족 등 150여 명이 참석했다. 김 할머니의 아들 양한석 씨(67)는 “할머니들이 돌아가시면 증언할 분들이 없다. 유족들이 역사의 증인이 되기 위해 뜻을 모았다”고 말했다.

할머니들의 눈물은 이날도 멈추지 않았다. 지난해 세상을 떠난 배춘희 할머니가 생전에 부른 ‘소녀 아리랑’이 흘러나오자 박옥선(91) 이옥선 할머니(87)는 조용히 흐느끼며 눈물을 훔쳤다. 올해 할머니 두 분이 별세하면서 생존 위안부 피해자는 53명으로 줄었다.

경기 광주=박성민 기자 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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