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만을 위한 요식행위” 신문協 퇴장… 반쪽 공청회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2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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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위 ‘광고총량제 공청회’ 파행

13일 오후 서울 양천구 목동 방송회관에서 열린 광고총량제 도입 관련 공청회에서 허승호 한국신문협회 사무총장(왼쪽)이 “이 
공청회를 개최한 방송통신위원회의 자격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밝힌 뒤 항의의 의미로 퇴장하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13일 오후 서울 양천구 목동 방송회관에서 열린 광고총량제 도입 관련 공청회에서 허승호 한국신문협회 사무총장(왼쪽)이 “이 공청회를 개최한 방송통신위원회의 자격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밝힌 뒤 항의의 의미로 퇴장하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방송통신위원회가 13일 광고총량제에 대한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을 듣기 위해 공청회를 열었지만 한국신문협회 사무총장이 공청회 시작 5분여 만에 퇴장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지상파 방송만을 위하는 방통위가 개최한 공청회 자체를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다.

허승호 한국신문협회 사무총장은 13일 서울 양천구 목동 방송회관에서 열린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 공청회’에서 첫 번째 토론자로 나서 한국신문협회 입장을 약 5분간 밝힌 뒤 곧바로 퇴장했다. 사회를 맡은 한상필 한양대 교수가 “퇴장은 하지 말아 달라”며 적극 만류했지만 허 사무총장은 “심각한 하자가 있는 방통위가 개최한 공청회에 더 있을 수 없다”면서 “이 자리에서 퇴장하는 것이 한국신문협회의 공식 입장”이라고 말했다.

방통위가 추진하는 개정안의 핵심은 KBS, MBC, SBS 등 지상파 방송에 대해 광고총량제를 도입하는 것이다. 광고총량제가 도입되면 규제가 사라진 지상파 방송으로의 광고 쏠림 현상이 더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허 사무총장은 퇴장하기 전 광고총량제를 추진하는 방통위의 적격성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광고총량제는 방송뿐만 아니라 신문, 잡지, 인터넷 매체 등 국내 미디어 시장 전체의 지각 변동을 가져올 일대 사변”이라면서 “사안의 성격상 국내 미디어 정책을 총괄하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중심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처 간 합의가 힘들다면 청와대가 나서야 한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허 사무총장은 “이 중요한 사안에 대해 부처 간 협의 없이 방통위 담당 과장이 발제를 맡고 있다”며 “마치 일본의 시마네 현이 독도를 관할로 편입하려는 행정 행위를 하면서 한국 정부와 일본 정부를 토론자로 부른 격”이라고 비유하기도 했다.

채널A, TV조선, JTBC, MBN 등 종합편성채널을 대표해 나온 고종원 TV조선 경영기획본부장은 “광고총량제는 이해관계가 극명히 상충하고 피해 사업자가 뻔히 예상되는 정책인데도 방통위가 무리하게 추진하고 있다”며 “형식적이고 기계적인 의견 청취만 할 것이 아니라 사회적 공감대를 먼저 형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민단체 대표로 참석한 ‘매체비평우리스스로’의 노영란 사무국장도 “현재 지상파 방송 광고 규제를 허물거나 낮춘다면 광고가 홍수를 이뤄 시청자들이 더욱 힘들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이호윤 MBC 광고기획부장은 “(광고총량제를 도입해) 방송광고 시장 규모를 키운 뒤, 지상파 방송사들의 재원 구조를 안정화해 고품질 콘텐츠 제작을 활성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공청회는 방통위가 지난해 말 광고총량제 도입 추진을 발표한 뒤 40일간의 입법예고 기간이 지나서야 처음 열렸다. 한국신문협회, 유료방송 업계 등을 비롯해 한국여성민우회 등 시민단체까지 강하게 반대하고 나서자 방통위가 부랴부랴 의견을 수렴하는 모습을 보여 준 셈이다. 이 때문에 이번 공청회는 광고총량제 도입을 강행하려는 방통위의 ‘요식 공청회’라는 지적도 나왔다.

:: 광고총량제 ::

현재 지상파 방송 광고는 프로그램광고, 토막광고, 시보광고 등 유형별로 각각 시간 규제가 있다. 광고총량제는 이 같은 광고 유형별 시간 규제를 모두 없애고 광고시간 총량만 규제하는 제도다. 광고총량제가 도입되면 규제가 완화된 지상파 방송이 광고를 싹쓸이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김기용 기자 kky@donga.com
#지상파#방송총량제#공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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