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상품 DIY족… “오빠들 모습 나만의 ‘굿즈’로 간직해요”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2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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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나는 공부]아이돌 ‘굿즈(goods)’ 사고 파는 청소년들

아이돌 굿즈 도안을 만드는 모습(왼쪽)과 완성된 메모지 굿즈.
아이돌 굿즈 도안을 만드는 모습(왼쪽)과 완성된 메모지 굿즈.
“온라인 카페에서 산 엑소(EXO) 스티커 굿즈(goods)를 교과서, 노트, 휴대전화에 붙이니 학급 친구들이 ‘예쁘다’ ‘어디서 살 수 있니’라고 계속 물어볼 정도로 많은 관심을 받았어요.”

경기 성남에 사는 중1 안모 양은 최근 아이돌 그룹 엑소의 얼굴이 그려진 사각형 스티커인 이른바 ‘판스티커’ 굿즈를 온라인 카페에서 산 뒤 학급에서 인기인이 됐다. 이 스티커는 청소년들이 직접 만들어 인터넷 카페와 ‘카카오스토리’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파는 제품. 안 양은 “친구가 엑소 스티커를 교과서에 붙인 걸 보고 20장에 2000원을 주고 사게 됐다”면서 “스티커 굿즈를 사고 싶어서 인터넷 검색으로 ‘돈 보내는 법’을 알아본 뒤 태어나서 처음 은행 ATM기로 무통장입금을 해서 상품을 주문했다”고 말했다.

‘다꾸’ ‘포카’ ‘떡메’… 각양각색 굿즈

최근 온라인을 통해 ‘굿즈’를 사고파는 청소년들이 늘고 있다. 영어로 ‘상품’ ‘제품’이라는 뜻인 ‘굿즈’는 요즘 청소년들 사이에서 아이돌 가수나 연기자의 얼굴이나 캐릭터가 그려진 다이어리, 스티커, 컵 같은 물건을 일컫는 용어로 쓰인다. 엔터테인먼트 회사에서 만들어 파는 ‘공식 굿즈’가 있지만 초·중·고 여학생을 중심으로 직접 만든 메모지, 스티커, 카드사진 등 ‘비공식 굿즈’를 온라인으로 사고파는 것이 유행이다.

굿즈에는 △다이어리 꾸밈용 스티커의 약자인 ‘다꾸’ △카드형 사진인 ‘포카(포토카드)’ △아이돌의 얼굴이 들어간 접착성 없는 메모지인 ‘떡메(떡메모지)’ △다양한 굿즈를 무작위로 넣어서 끼워 파는 ‘랜봉(랜덤 봉투)’ 등이 있다.

청소년들이 굿즈를 사고파는 시스템은 △굿즈의 설계 도안을 온라인에서 찾아보면서 어떤 굿즈를 만들지를 결정하는 ‘기획단계’ △도안을 바탕으로 굿즈를 만드는 ‘제작단계’ △굿즈 판매를 위해 홍보를 하는 ‘판매단계’로 나뉜다. 이 모든 과정은 인터넷 카페, 블로그, SNS 등에서 진행된다.

‘도아너’가 기획하고 SNS 마케팅까지

굿즈를 가지고 싶은 청소년들은 굿즈 도안 전문가인 ‘도아너(도안과 ‘∼하는 사람’을 뜻하는 영어 접미사 er의 합성어)’를 찾아 나선다. 도아너는 주로 ‘포토샵’과 같은 사진편집 프로그램을 활용해 아이돌 멤버의 사진이나 캐릭터가 그려진 제품 도안을 샘플로 만들어 온라인상에 올린다. 실력이 뛰어나다고 소문난 도아너에겐 ‘주문제작방식’ 굿즈에 대한 문의도 빗발친다. ‘이 사진으로 떡메모지, 4각 판스 도안 제작이 가능할까요?’ ‘아이유 도안 제작을 하고 싶어요’ ‘이 도안의 글씨체를 가장 두꺼운 고딕으로 바꿔주세요’ 같은 식이다.

도아너가 주문제작에 응하고 무통장입금 형태로 착수금을 받으면 본격적인 도안 제작이 시작된다. 일반적인 도안의 판매단가는 3000∼4000원 선. 일반적으로 손바닥만 한 크기의 스티커 1000장을 제작하려면 제작원가 2만 원 정도 든다.

경남 창원에 사는 고1 이모 양은 “손으로 그린 그림이 들어가거나, 합성이 자연스럽게 되거나, 사진 보정이 잘 된 굿즈 도안은 인기가 많아 온라인에서 경매가 벌어지기도 한다”면서 “6만∼7만 원에 판매되는 도안도 있다”고 전했다.

도아너에게 도안을 산 제작자는 굿즈를 갖고 싶은 또래 학생들을 대상으로 주문을 받고 일부 비용을 선금으로 받아 제품 제작비를 충당한다.

제주에 사는 고1 한모 양은 “스티커, 메모지 등의 굿즈를 제작하려면 도안을 인쇄 업체에 맡겨야 하는데 가계약을 받아 인쇄비를 해결하는 것”이라며 “자신의 용돈을 모두 써서 굿즈를 만드는 제작자도 적잖다”고 설명했다.

굿즈 제작이 완료되면 온라인 마케팅을 펼치기도 한다. 판매 게시글을 다른 사이트로 퍼 나르는 사람에게 할인 혜택을 주거나, 구매후기를 정성스레 작성한 사람에게 굿즈를 덤으로 몇 개 더 보내주는 이른바 ‘이벵(이벤트를 줄인 인터넷 은어)’을 여는 것.

부산에 사는 고1 김모 양은 “최근 포토카드, 스티커 등 굿즈 70여 개를 2500원에 판매하는 이벤트를 열었다”면서 “이벤트를 진행하면 판매 게시글에 댓글이 많이 달리고 카카오스토리 친구가 되는 구매자가 늘어 홍보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맞춤형 제품, 저렴한 가격으로 인기


시중에 많은 연예인 관련 상품이 판매되는데 청소년들 사이에서 비공식 굿즈가 유행하는 이유는 뭘까. 가장 큰 이유는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돌이 방송 프로그램에 나와 윙크하는 모습, 웃고, 수줍어하고, 놀라는 표정 등 자기가 원하는 모습과 필요한 형태의 맞춤형 ‘DIY(Do It Yourself)’ 제품을 가질 수 있기 때문.

경남에 사는 고1 이모 양은 “공식 굿즈는 콘서트 사진이나 앨범 사진으로 만든 것이 대부분이다. 또래 친구들이 만든 굿즈는 방송 토크쇼나 음악프로그램, 일상생활 사진으로 만들 수 있고, 아이돌 얼굴에 손으로 그린 그림으로 교복을 합성한 굿즈 같이 디자인 종류도 다양하다”면서 “자기가 좋아하는 아이돌의 평소 모습을 간직하고 싶어 비공식 굿즈를 산다”고 말했다.

공식 제품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살 수 있는 점도 비공식 굿즈가 유행하는 이유다. 경기 남양주시에 사는 중3 이모 양은 “엔터테인먼트 회사에서 파는 공식 굿즈보다 비공식 굿즈가 상대적으로 저렴해 사는 데 부담이 없다”고 말했다.

김재성 기자 kimjs6@donga.com·윤지혜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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