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동서남북]지방大도 이젠 새 출발선에 서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2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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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권효·대구경북취재본부장
이권효·대구경북취재본부장
대구 경북지역 대학들은 요즘 교육부의 구조개혁평가에 대비하느라 분주하다. 6월까지 1차 평가를 거쳐 8월에 대학별 등급이 발표될 예정이다. 준비를 잘해야겠지만 이와 별개로 대학을 둘러싼 근본적인 환경 변화에 대처하는 고민을 하는 게 더욱 중요하다.

“대구 경북에 대학이 46개”라고 하면 놀라는 반응이 많다. “인재 양성을 하는 고등교육기관이 많구나”가 아니라 “무슨 대학이 그렇게 많으냐”는 분위기다. 이런 세간의 인식은 지금 대학의 역할과 위상이 이전보다 크게 떨어진 현실을 생생히 엿보게 해준다.

이번 교육부 평가는 이전과 달리 이른바 ‘부실대’를 가려내기 위한 본격적인 신호탄이라는 점에서 지역 대학가의 긴장감이 높다. 전국에는 일반대 199개(교대 포함), 전문대 139개 등 338개 대학이 있다. 아마 공식 통계에 들어가지 않으면서도 가장 유명해진 대학이 바로 ‘부실대’가 아닐까.

부실대로 분류되는 학교가 많으면 지역 이미지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점에서 이들 대학의 책임이 매우 크다. 이런 맥락에서 지역 대학들은 ‘지방대’라는 두루뭉술한 인식부터 벗어던지는 절실한 노력이 필요하다. 오랫동안 수도권대와 지방대라는 이분법적 구분을 해왔고 지금도 어느 정도 남아 있지만 이는 빠른 속도로 무의미해지고 있다.

최근 취업전문기관의 전국 조사에 따르면 대학생의 절반가량은 대학 졸업장이 별 가치가 없다고 답했다. 또 한국교육개발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대학생의 10명 중 4명은 강의에 만족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교육부 통계를 보면 대학에 다니다 중간에 그만둔 대학생도 2013년의 경우 대구 경북 1만여 명을 포함해 전국적으로 14만여 명이다. 대학에 대한 전반적인 만족도가 갈수록 떨어지고 있는 현실을 보여준다.

교육부는 올해 업무보고에서 ‘무크’(MOOC·온라인 대형공개강좌)를 본격적으로 도입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조만간 시범운영에 참여할 대학을 선정할 계획이라고 한다. 무크는 기존 대학교육의 틀을 크게 흔들 수 있는 새로운 방식으로 세계적인 관심을 모으고 있다. 대학생을 비롯해 누구나 세계 각국의 대학들이 개설하는 강의를 듣고 학점을 받을 수 있다. 머지않아 기업들은 대학 졸업장이 아니라 ‘무크 학점’을 채용 조건으로 원할 수 있다. 무크에 대한 공신력이 매우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을 고려하면 “정부는 지역균형발전 차원에서 지방대를 살려야 한다”는 식의 주장과 호소는 좁고 얕으며 비현실적이다. 대구 경북에는 최근 몇 년 사이 3개 대학이 문을 닫았지만 관심조차 끌지 못했다. 지역 대학 가운데 전국적 경쟁력을 가진 대학은 손꼽을 정도다. 경계가 흐릿해지는 ‘지방대’라는 인식에 갇히면 대학 환경을 둘러싼 전체적인 판세를 읽고 대처하는 능력이 떨어질 수 있다. 기존의 낡은 틀을 하루 빨리 뛰어넘어 새로운 출발선에 서는 대학이 좋은 대학이 되는 시대가 됐다.

이권효·대구경북취재본부장 boriam@donga.com
#부실대#구조개혁#지방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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